가을을 향한 잡담

가을이 간다. 

익숙했던 만큼이나 빠르게 멀어져 간다. 폭염이 유난히 기승을 부렸던 이번 여름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괜찮은 가을이었다. 비가 꽤 자주 오긴 했지만 그만큼 맑고 새파란 하늘도 자주 만났었다. 


유별나게 가을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나름 소소한 즐거움이 많았다. 수리산도 많이 올랐고 여름에는 덥다고 안봤던 지인들도 한 번씩 만났다. 순천으로 여행도 갔다오고 나무 액자도 만들었다. 겨울 여행을 준비하느라 방구석에서도 혼자 재밌게 보냈다. 독서의 계절에 걸맞게 많은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권장도서가 아닌 읽고 싶었던 책을 마음 편히 읽었다. 운동도 꾸준히 해서 2년 동안 누적된 뱃살도 거의 다 뺐다. 건강과 관련된 수치들도 좋게 나왔다. 그러고 보니 약 팔 년 만에 독감 예방 주사도 맞았고 남들 다 걸리는 환절기 감기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았다. 사무실을 옮기게 된 슬픈 일도 있었지만 나름의 장점도 있는 장소여서 지금은 그럭저럭 잘 살아나가고 있다.





흔히 가을은 외롭다면서 가을을 유별나게 타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외로움을 잘 타지 않는다. 살면서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감정을 몇 번 못 느껴본 것 같다. 혼자 있을 때도 해야 할 것들이 많았고, 남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건어물녀가 되어버린 모양이지만 이상하게 연애만큼은 조급함이 안생긴다. 오히려 주변에서 부추기는 사람들이 불편하고 옆에 여자남자가 없으면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일단 지금의 삶은 괜찮다. 깊이 마음을 뒤흔드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단순히 외롭다는 이유로 쉽게 사람을 만나기란 내키지 않는다.


노랗게 물든 나뭇잎, 낙엽들을 보면 마음이 괜시리 뭉글뭉글해진달까. 갓떨어진 잎들이 알록달록 참으로 예쁘다. 그동안 열심히 광합성만 하다가 겨울이 되니까 나무야 잘 살아라 하고 떨어져 버린 녀석들이 꽤 쿨해보인다. 쓰고나서 생각났는데 반대로 나무에게 버림받은 걸 수도 있겠다. 아무튼 너네들이나 나나 올 한해 참으로 고생들이 많았다. 너네나 나나 나름 사는 꼬라지는 다를게 뭐가 있겠나 싶다.


이번 주는 월요일부터 비오고 아침에는 영하권으로 떨어진단다. 이제 정말 겨울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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