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여행


올해 봄은, 쉬지 않고 밖으로 나돌아다니는 계절이었다. 3월에는 운전연수를 받고, 4, 5월의 주말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밖에서 잔 날들이 많았다. 그러면서 마음속에 가장 자주, 크게 와닿았던 것은 관광지의 계획적인 선진화였다. 사진의 고인돌은 원래 우리 외할머니 뒷집의 뒷 마당에 있었던 것인데, 몇 년 전에는 소풍을 온 학생들로 담벼락에 낙서가 들끓었었다. 그냥 평범한 시골 동네가 슬그머니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한 것은 고창 고인돌이 아마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되면서부터 그랬던 것 같다. 어렸을 땐 막 만지고 놀았었는데 고인돌 할머니 집은 사라지고 주변에는 울타리가 쳐있는 것을 보니까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외할머니네 동네는 평생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을 것만 같았는데 도시 못지 않은 변화속도는 이해를 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외가쪽은 7남매라 식구가 정말 많다. 할머니 댁에서 자기는 무리여서 선운사 근처에 폐교를 리모델링한 숙소에서 하룻 밤을 보냈다. 폐교에서 잔다기에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시설이 좋았고 깨끗했다. 내부는 학교보다는 수련회 장소와 더 비슷한 것 같다. 어린 사촌동생들하고 있으니 정말 수련회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어느덧 10회째를 맞이한 고창 청보리밭 축제. 기대를 많이 했었다. 몇년 전, 청보리밭 사진을 봤을 때 아주 수려한 풍경은 아니지만서도 묘하게 사람을 잡아 끄는 매력이 있었다. 사진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멋진 사진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생기게 되는 일말의 기묘한 기대감이 마음속에서 언뜻언뜻 생각나곤 했었다. 그리고 언젠간 꼭 가봐야지 결심했었다.

한창 푸르게 무르익은 청보리밭, 그리고 노랗게 피어서 들판을 뒤덮은 유채꽃에는 잔잔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 푸른 공간은 아주 많이 넓었다. 끝까지 걸어볼 자신은 있었는데 친척들과 함께 온 이상 온전히 그 풍경을 즐길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먼 곳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지만, Must visit place에서 삭제하지 않고 여전히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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