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캠핑장

차가 생기고 난 후, 나는 이곳저곳을 쏘다닐만한 이유들이 계속 생겨났다. 3월에 연수를 마치고, 4월부터 끌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초보치곤 그럭저럭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아마 그 이유가 4월 달에 혼자 제주도에서 스쿠터를 끌고 돌아다녔기 때문일 것이다. 온갖 위험스럽고 운전 미숙의 상황을 그 때 다 겪어봤던지라 그 후부터 눈부신 발전을 보여주었다. 난지 캠핑장에 간 이 날이야말로 나의 개인적인 역사에 기록될 만한데, 최초의 고속도로 주행이자, 서울 주행이었다. 퇴근시간의 서울은 말 그대로 거리가 주차장이어서 3시간 만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저녁 9시가 되서야 우리의 만찬파티는 시작되었다.


캠핑장에는 미국에서 잠깐 들어온 K를 위해서 모였다. 우리의 관계는 끈질긴 실처럼 이어져 왔다. 우리 셋, 그러니까 K와 C와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그 때는 C와 나만 친했다. (당시에 C와 나는 자전거 폭주족이어서 육교에서 자전거를 타고 내리꽂다가, 내가 오토바이에 치이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리고 한동안 띄엄띄엄 지내다가 고등학교 2, 3학년 때 같은 반이 되어 서로 친해져서 그 우정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 있는 K는 그렇다 치더라도, C와 나는 4년 만에 만난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 이렇게 오랫만에 만나도 우리는 어제 본 것처럼 즐겁다. 이건 정말 미스테리다. 평소에 연락을 전혀 안하는 것도, 아주 오랫만에 만나도 늘 여전한 것도. 



시차적응 중인 K는 자지 말라는 우리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잠들어 버렸다. 물어봐도 열심히 대답해서 안 자는 줄 알았는데 다음 날 아침에 하나도 기억하지 못해서 이 아이를 어찌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10시에 퇴소하고 우리는 팔당댐으로 향했다. 시내 운전만 아니면 서울 운전도 생각보다 별 거 아니다. 한 가지 짜증났던 것은 깜박이. 서울은 깜박이 안 켜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차선 변경 시 깜박이를 켜는 차가 거의 없었다.





팔당댐 쪽은 내가 꽤 좋아하는 곳이다. 생각보다 사람도 별로 없고, 편하게 걷기도 좋다. 여기를 가자고 한 것은 나, 다산 지구를 오자고 한 것은 C다. C의 행동력과 계획력은 엄청나서, 내가 두루뭉실하게 이거 하자! 라고 하면 그것을 구체화하는 것은 C다. 다산 지구는 사실 처음이었는데 고요한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강변 따라 산책도 하고 다산 정약용 생가를 찬찬히 둘러봤다.





마지막으로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이것이야말로 다산 지구 투어의 정점! 마무리!로 꼽을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젤라또를 처음 접했을 때 충격과 비슷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딸기 아이스크림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하남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인터넷에서 대충 가까운 곳 찾아서 갔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았다. 다들 별로 못 먹을 것 같다더니 엄청나게 잘 먹었다. 여자의 위는 정말 신기한 존재다.

식사 후, 왕십리에 가서 K를 내려주고 다시 안양으로 내려와 C의 동네를 찾았다. C의 동네는 오래 전에 나의 동네이기도 했다. 오랫만에 예전 살던 곳을 기웃거려보니 굉장히 어색했다. 10년을 살았던 곳이었음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도 그랬다. 그런데 이 날 C의 어머님도 뵈었는데, 마치 며칠 전에 본 듯한 익숙함과 반가움이 느껴졌다. 아주머니께서는 오랫만에 만난 나를 보시곤 어릴 때 모습이 남아있다며 반갑다고 안아주셨다. 그리고 과일을 잔뜩 내주셔서 함께 먹으며 근황을 나누었다. 


이틀 간의 소소한 나들이는 즐거우면서도, 아주 신기하고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했다. 내가 운전해서 친구들과 여기저기 다녔다는 것이 묘한 성취감을 주었다. 그리고 그날의 캠핑은 우리가 시간이 지나도 늘 여전할 관계라는 안도감을 주었다. 내게 이런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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