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협재, 곶자왈 그리고 오설록


이호테우 해변을 지나 곽지과물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가득했던 이호테우 해변과는 달리, 한없이 잔잔하고 조용하기만 했다. 아직 여름이 아니라서 그런걸까? 과물노천탕은 운영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기대 부대시설들도 전부 다 멈춰버린 것 같았다.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다 문득 배고픔을 느껴 근처 슈퍼마켓에서 컵라면을 사먹었다. 허기져서 그랬는지, 하늘색 바닷물이 넘실대는 풍경 때문인지 정말 맛있었다. 예전에 융프라우에 가서 먹었던 라면이 떠올랐는데 그때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멋진 풍경과 컵라면의 조합은 의외로 잘 어울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제주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협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6년 전에는 여름에 친구들과 해수욕하러 온 적이 있다. 그 때의 기억 때문에 협재해수욕장은 내 머리속에서 굉장히 파라다이스화 되었는지 지저분한 해변가의 모습에 조금 실망을 느꼈다.(그래도 무척 아름답다!) 당시에 얼마나 재밌게 놀았던지, 종종 생각나고 가끔 그립기까지 했다. 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잘 내뱉지 않는 편인데 6년 전 그날로는 한 번쯤 돌아가보고 싶다.




협재 해수욕장을 끝으로 내륙으로 들어갔다. 가장 걱정스러웠던 건 역시나 길. 네이버 지도를 의지한 채 남쪽으로 내려가야 했다. 처음엔 겨우 섬이라 생각해서 되게 자신만만했는데 점점 불안해졌다. 복잡하고 좁은 시골길은 정말 어려웠고 방향에 대한 감각도 떨어져 갔다. 한참을 반대로 갔다가 뭔가 이상한 낌새를 차리고 다시 되돌아가는 짓을 몇 번이나 반복해야했다. 스쿠터를 처음 몰아본 주제에 내륙으로 들어가는 무모함을 내보인 나 자신에 대해 짜증이 나기도 했다. 길에는 사람은 커녕 지나가는 차도 거의 없어서 물어볼 수도 없었다. 한시간이 지났을까, 그럭저럭 옳은 방향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역시 난 천재야'라며 혼자 뿌듯해하며 폭풍처럼 달렸다. 그래도 30분만에 도착할 수 있을만한 거리를 두시간이나 걸렸다는게 함정! 생각하는 정원을 만났을 때는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 이후 길은 좀 쉬운 편이라서 이제 고생은 끝! 행복 시작이었다.





관광지가 나오기 시작하는 길에 접어들자 어디갈지 머리를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데 환상의 숲 곶자왈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하는 정원에 비해 초라하고 정체를 알 수없는 분위기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 가보니 한 가정집이 보였고 거기서 표를 끊었다. 그리고 푸근한 인상의 아저씨가 나오시더니 숲을 안내해 주셨다. 왠지 특별대우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제주도 하부 깊은 땅속의 암석이 높은 지열(地熱)에 녹아 반액체 상태로 된 암석 물질인 마그마는 오름을 잉태하였고 오름은 곶자왈을 만들었다. 제주도의 동부와 서부, 북부지역에 ‘곶자왈'이라 불리는 지대가 넓게 분포하고 있다.

곶자왈(Gotjawal)이란 "화산분출시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암괴로 쪼개지면서 분출되어 요철(凹凸)지형을 이루며 쌓여있기 때문에 지하수 함양은 물론, 보온·보습효과를 일으켜 열대식물이 북쪽 한계지점에 자라는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식물이 남쪽 한계지점에 자라는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독특한 숲"을 말한다. (http://www.gotjawal.com/story)


제주도에만 있는 독특한 숲, 곶자왈에 대한 설명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용암 위에 생겨난 숲이라는 그 독특함으로 인해 상당히 학술적 가치가 높은 곳이었다. 숲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일에 지친 심신이 힐링되는 기분이 들었는데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설명은 갈등이란 단어의 유래를 직접 보여주셨던 것인데, 갈등은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칡과 왼쪽으로 엇갈려 올라가는 등나무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절반까지만 같이 걷고 나머지는 나혼자 오롯이 숲에 있었다. 나무가 뿜는다는 피톤치드를 듬뿍 받아먹으며 걸었다. 





녹차요거트아이스크림을 꼭 먹으라던 주변인+블로거들의 추천으로 들른 오설록 티뮤지엄.

뮤지엄은 제쳐두고 녹차아이스크림부터 먹으러 갔다. 그동안 못봤던 관광객들이 다 여기 모여있는 듯, 꽤 바글바글했다. 녹차요거트아이스크림은 품절되어 녹차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가격이 좀 쎄서 어디 한번 얼마나 맛있나 보자, 맛없으면 각오하라는 심정으로 한 숟갈 떠먹었는데..! 진짜 맛있어서 사진도 안 찍고 열심히 먹었다. 다른 것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녹차로 끼니를 떼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나중에 꼭 누군가와 같이 와서 종류별로 다 먹어야지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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