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사려니 숲길

제주도 스쿠터 여행을 이상한 경로로 하게 된 이유. 해안을 따라 만들어진 가장 쉽고 이상적인 1132 도로를 외면한 이유는 사려니 숲길에 있었다. 사려니 숲길은 정말로 꼭 가보고 싶었는데 여행경로를 짜느라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는지 모른다. 숙소는 당연히 예약을 못했고, 오르막길이라서, 주유소 때문에, 큰 트럭이 많이 지나다닌다고 해서, 섭지코지도 가고 싶은데 같은 생각들이 머리 속에 뒹굴고 있었다. 그래도 하고 싶은 건 역시나 포기할 수 없고,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복잡한 마음을 단순하게 바꿔주는 마법의 말을 따라 남조로로 방향을 틀었다.




사진보다 1000배는 멋진길. 남조로는 굉장히 아름다운 길이라고, god 길 뮤직비디오 배경이라고도 들었던 것도 같은데 사실 여부를 떠나 어쨌든 굉장히 아름답다. 키다리 삼나무 숲 사이에 길게 쭉 뻗은 도로를 따라 달리면, 절로 노래가 나오고 공유할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해진다. 해변도로도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남조로 드라이빙은 또다른 즐거움이 있다.





늦게 도착했지만, 해가 길어서 다행이었다. 사람이 거의 없는 고요한 산속에 나홀로 있기는 처음이었다. 걸으면서 나는 소리를, 바람소리를, 나뭇잎의 마찰소리를 귀기울여 듣지 않아도 될만큼 정적 가운데에 있었다.

그때 무슨 생각을 하면서 걸었는지는 이제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답답함이 해소되면서도 또다른 무언가가 쌓이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예전엔 여행을 하면서 집도 가족도 친구도 강아지도 그리고 잔뜩 쌓아놓은 일도 생각하지 않고 즐겼는데, 이상하게 제주도에서는 완전히 내려놓지 못했다. 예전엔 걸으면서 머리속을 비웠는데, 요즘은 그게 잘 안된다. 뭐 그렇다고 골머리 아프고 짜증이 난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 이제 나도 어깨에 맬 짐이 생겼구나 하는 느낌, 책임감 같은 것. 일을 하게 되면서, 그래서 부모님을 더 이해하게 되면서 오는 어떤 것.





마지막은 올레꿀빵으로.! 모양도 예쁘고 맛나게 생겼는데, 보기보다 아주 단단해서 식감이 썩 좋지는 못했다. 전자렌지에 돌려먹으면 어떤 맛일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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