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한강나들이


오랫만에 목가적인 피크닉을 꿈꾸며, 텐트와 유흥거리들을 가지고 한강으로 운전해서(!) 갔다. 운전해서 서울 간 건 자랑이지만, 길을 두 번이나 틀렸다는 것은 안자랑, 다리도 한 번 건넜다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도 안자랑이다. 공휴일에는 주차비가 무료라고 했는데도 여의나루 주차장은 꽤 널널했다. 늘 붐비는 서울의 도로도 평소보다 널널하긴 했다.





돗자리도, 텐트도 중요하지만 치콜(치킨과 콜라)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우리가 한강에 오는 당연한 목적 중 하나가 치킨을 먹는 것이기도 하니, 자리를 잡자마자 자연스레 치킨부터 주문해서 먹었다. 우리나라는 이런 선진화(?)된 시스템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감탄하면서.





신입사원 때, 회사에서 수석님과 찍찍이 캐치볼로 연습한 적이 있어서 나름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엄청 힘껏 던졌더니 캐치볼은 어느새 불꽃같은 시합이 되어버려서 얼마 못하고 서로 지쳐버렸다. 위 사진은 가장 평범하게 캐치볼을 했을 때지만, 다른 사진들을 보면 서로 죽을 힘을 다해 공을 주고받아서 동작들이 매우 요란스럽고 웃기다.





치킨을 먹고, 연을 날리고, 요란스런 캐치볼을 마친 뒤, 인물화 사생대회를 열었다. 미술시간 B, C를 주로 맞았고, 특히나 인물화에 대해서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생긴 트라우마가 있어서 정말 자신이 없었다. 인물화가 싫은 이유는 대상인물의 피드백이 두려워서 그렇다. 그 때 한창 그림자니 음영이니 하는 것들을 배웠을 때라 나름 표현한답시고 짝꿍의 얼굴을 까맣게 만들었다가 그 친구가 아주 마음에 안들어했었다. 게다가 다른 친구들까지 합세해서 이상하게 그렸다고 놀려대서 상처를 받고 미술에 대한 증오와 원망으로 가득 찼던 것 같다. 그림 실력은 그 때 이후 하나도 늘지 않아서, 위 세 장중 가장 초딩스러운 그림이 나의 작품 되시겠다.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림을 그린 후 지쳐서 뒹굴뒹굴하다보니 어느새 7시가 훌쩍 넘어갔다. 한강에서는 아무것도 안해도 시간이 훌렁훌렁 잘도 간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도심 속 피크닉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은 아마도 한강이 1등이지 않을까. 누적된 70% 정도의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내려놓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리는 이제 3년차 직장인으로써 각자 직장인 사춘기를 겪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우리가 서로가 서로에게 굉장히 위로가 되는 존재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시간들이 우리 사이의 끈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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