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2015


올 한해는 글쎄, 딸로서, 대리 1년 차로서, 애인으로서도 그럭저럭 열심히 산 것 같다. 회사에서는 올해 주어진 일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서 스스로 일거리를 찾아내야 했다. 마치 안개 속을 헤매는 것처럼 답답했지만 그래도 특허 두 건을 출원한 것은 올해의 가장 큰 수확이다. 출원과정이 워낙 지난했기에 배우고 또 성장할 수 있었다. 1단계 알고리즘 시험도 통과했고 스터디도 나름 잘 운영해 온 것 같다. 2015년부터 시작한 성경 공부는 이제 졸업만 남았으며 하나님에 대해서 더욱 깊이 알게 되어 감사하다. 여름에는 백선생님 요리교실에 빠져들어 요리를 꽤 많이 했다. 집밥이 아닌 자취방 st. 의 음식이었지만 부모님과 남자친구는 맛있다고 칭찬해 주었다. 칭찬은 인간의 마음에 내리쬐는 따뜻한 햇살과도 같다더니만 요새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부쩍 늘었다. 무엇을 만들어도 맛있는 금손이라도 된 것 같다.


10월부터는 Trello로 To do list 를 관리하기 시작했는데 시간을 낭비하는 일과 사소하게 잊어버리는 일들이 많이 줄었다. Trello의 가장 큰 장점은 날짜와는 독립적이라 일을 미루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일정관리 앱이나 수첩을 한 달이상 사용하지 못했는데 벌써 세 달째 쓰고있다! 2016년에는 Trello와 병행하면 좋을 것 같아서 빨간색의 예쁜 프랭클린 플래너도 마련했다.


올해는 책 50권 읽기가 목표였는데 40% 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더욱 큰 실패는 운동. 실천을 안해서 체중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다행(?)인 것은 식욕을 이전보다는 유연하게 억제하고 있다는 것과 8000보 걷기를 꾸준히 실천했다는 것이랄까. 2016년에는 아파트 헬스장이 아니라 진짜 헬스장을 끊어야 겠다고 다짐해본다. 무산소 운동은 멀리하고 제멋대로 런닝머신 위를 뛰는 건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고 내면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터닝포인트와도 같은 한 해였다. 처음에는 '짜증을 내지 말자'는 작은 목표를 세웠는데 요즘은 심리학을 접하면서 남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매일 결심하고 있다. M은 그런 점에서 굉장히 능숙해서 나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그를 통해 감정이 성장하고 마음이 넓어짐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직속 후배로부터 '선배님 덕분에 회사다니기 즐거워요'라는 편지를 받았을 때 머리가 울리는 듯했다. 사실 2014년에는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답답함을 은연 중에 많이 표현해서 가장 미안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다가와 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되길. 스물여덟도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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