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york] 크리스마스의 센트럴파크


시끌벅적한 어떤 징조도 없이, 그저 평온하게 흘러가는 성탄절 센트럴파크의 아침. 

성탄절에는 거의 대부분 문을 닫았을 것 같아서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계획이라면 드디어 비싼 호텔을 떠나, 한인 민박으로 들어가는 것. 크리스마스부터 가격이 치솟기 시작해서 연말에는 말도 안되는 가격을 부르는 바람에 호텔을 떠나기로 했다. 사실 둘이 같이 여행하니까 호텔도 어느정도 감당이 가능했다. 혼자 여행오면 확실히 편하긴 하지만 뭐든 혼자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가끔은 비용이 발목을 붙잡는다. 


12월의 뉴욕은 영하 -5도로 내려가는 경우가 잘 없는 것 같다. 전광판에서는 -2도까지 내려간 경우는 봤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우리나라만큼은 아니지만 춥기는 춥다. 아마도 빌딩풍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센트럴파크는 빌딩이 없으니 햇볕을 쬐면 나름 따뜻했다. 그래서 그런지 근육맨 스타일의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은 사람도 없고 사람들이 쫄쫄이 바지를 입고 열심히 조깅을 한다. 한겨울임에도 잔디는 푸르렀다. 덕분에 나무들은 헐벗었어도 공원은 황량하지 않았다. 여름이나 가을이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하게 된다.


도심 한복판에 있으면서 그 크기가 말도 안된다. 노른자 땅에 공원이 왠말이냐 싶지만, 아마 센트럴 파크가 없었다면 뉴욕을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을 것 같다. 센트럴 파크는 그 탄생의 역사부터도 감동적이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몇 번이나 빠져들게 만드는 것 같다. 원래 뉴욕땅은 단단한 바위로 이루어졌다던데 그 흔적들을 센트럴 파크 곳곳에 남겨두었다. 사람들은 바위 언덕을 열심히 오르고 정상에서 도착해서는 우두커니 서서 한 방향을 바라본다. 뭐랄까, 외계인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다.


다양한 피부색의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역시 센트럴 파크에도 모여 있다. 유럽은 '나는 외국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반면, 뉴욕은 워낙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으니 내가 외국인이라는 사실도 종종 까먹게 되었다. (특히 타임스퀘어 근처의 카페베네를 가면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서울과 뉴욕을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 각자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어떤 것이든 한다. 그냥 걷거나, 조깅을 하거나, 여행을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던가, 사람 구경을 하던가, 사진을 찍던가. 아마 여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캐치볼을 하겠지. 뉴욕에 살 수 있다면 하루종일 센트럴 파크에서 사람 구경하면서 거닐고 싶다. 



이미지 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