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순간들

출장 중에 사진으로 남긴 것과 문득 떠오른 생각들을 뒤죽박죽 기록해 본다.


생각보다 거울 셀카는 어렵다. 초점이 안맞거나, 표정이 이상하거나, 다리가 짧게 나오거나, 배경이 의도한대로 사진에 담기지 않거나. 그래도 찍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꿋꿋하게 남겼다. 사실 매우 어이가 없는 사건이 3개(택시, 숙소, 환전!)나 터져서 분노와 허탈감이 뒤섞인 상태였기 때문에, 셀카 찍기는 마음의 불순물을 가라앉히고 '출장의 설렘'으로 덮어씌우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했다.




라디에이터가 만들어 낸 뜨겁고 건조한 공기 때문에 목이 심각하게 잠겼다. 물을 사기 위해 아침 일찍 편의점을 찾아 나섰는데, 없다. 그런데 맥도날드는 벌써 2개나 봤다. 물 구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은, 그리고 물이 이렇게 비쌀 줄 몰랐다. 




미국에서는 콜라를 Coke라고 부르는 줄 알고 Coke를 달라고 했다. 그런데 Pepsi만 있다면서 Pepsi도 괜찮냐고 물어보길래, 뭔가 이상해서 검색해보니 Coke 아니면 Pepsi로 주문해야 하는 것이었다. Coke의 경우에는 잘못 발음하다간 비속어로 들릴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라고 했다. 옆집 할머니처럼 친절한 블로거들 만세!




인천공항에서는 누구나 마음대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카트인데, 미국에서는 $5나 내야 이용할 수 있다.




맥도날드를 2번 갔는데,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맛이 없었다. 심지어 Soft drink도 수돗물과 음료의 맛이 완전히 별개로 느껴지는 놀라운(?) 체험을 했다. 차라리 굶으면 굶었지, 더 이상 맥도날드에 가고 싶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햄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꽤 여러 종류가 있었다. Wendy's는 맥도날드보다 모든 면에서 훨씬 만족스러웠다. 




체다 치즈가 듬뿍 올라간 스카이라인 칠리. 언제 먹어보겠느냐면서 가장 푸짐한 5way를 선택했다. 느끼한 음식을 정말 잘 먹는 편인데도, 이것은 정말 도전적이었다. 그냥 통조림 음식에 체다치즈를 얹은 패스트 푸드인 것 같은데 왜 유명한 것인지 다들 의아해했다. 오히려 Golden Corral이 더 나은 것 같다. Golden Corral은 부페인데, 애슐리 런치 정도의 가격으로 온갖 종류의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Denny's는 사랑입니다! 스테이크는 별로지만, 그 외 나머지 메뉴는 가격대비 괜찮았다. 이상할 정도로 배고픔이 잦았기에, 숙소 옆에 24시간 음식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했다.



서부가 이렇게 좋은 곳일 줄은 몰랐다. 교통체증은 심하지만, 그건 여기도 마찬가지니까. 따뜻하고, 사방에 온통 야자수가 널려있고, 공기도 깨끗하고, 바다도 가깝고, 맛집도 많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어느 곳보다도 햇빛으로 반짝반짝했다. 살면서 단 한번도 이민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곳이라면 내 나라를 떠나서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직 휴식만을 위한 작지만 아름다운 휴게소. 시설은 매우 미니멀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눈물나게 반가웠던 컵라면! 매콤한 맛은 여기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얼큰한' 맛은 마치 희귀 포켓몬처럼 발견해 내야 하는 것이었다. 라면은 슬슬 기어나오는 향수병을 충분히 달랠 수 있을만큼 얼큰하고 맛있었다. 




해쉬브라운은 한국에서는 손가락 마디정도 크기의 감자 튀김이지만, 여기서는 마치 전 부친 것마냥 생겼다. 프렌치 프라이가 질릴 때는 해쉬 브라운도 나름 괜찮은 선택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나무는 메타쉐콰이어, 느티나무, 자작나무, 그리고 야자수!!! 특히나 야자수가 선사하는 청량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생각한다. 하도 야자수 타령만 하니, 어느샌가 야자수 덕후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SD 카드 안에는 야자수를 찍은 사진이 정말 많다.




따뜻하고, 또 즐거웠던 마지막 Dr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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