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좋아하는 이태원


쾌청하고, 초여름 같은 하루, 군것질거리가 많은 이태원에서 이것저것 사먹었다. 사실 이태원의 군것질거리는 비싼 편이고 오랫동안 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의 맛은 절대 아니다. 이 동네도 분위기로 먹고 산다지만, 그 분위기라는 것이 확실히 특별하긴 하다. 그래서 고백하건대 이태원을 정말로 좋아한다. 경기도는 분당을 가나, 평촌을 가나, 일산을 가나, 비슷비슷하게 생긴 네모난 아파트만 많아서 재미가 없고 무섭기까지 하다. 버스에서 자고 일어났는데도 우리 동네랑 똑같이 생긴 곳을 또 만난다. 삶을 여행처럼? 이런 곳에서는 절대! 네버! 그렇게 살 수 없다. 바둑판처럼 구획이 칼같이 나누어져서 새로운 길이란 없는 곳이니까. 덕분에 운전할 때 네비언니 없어도 누워서 떡먹기다. 이태원도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그래도 오래된 것들은 아직 남아서 이태원의 방식으로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인다. 마치 여러 가지 재료들이 잘 버무려져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이 나는 음식 같다.

아! 이태원을 좋아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이태원에서 인생 최고의 봉골레 파스타를 만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곳에는 이제 다른 가게가 영업 중이다. 나는 그 이후 봉골레 파스타를 제일 좋아하게 되었는데, 봉골레 파스타를 잘 만드는 집은 의외로 드물기 때문에 (아니면 나의 입맛이 그 봉골레 파스타에 맞춰져 있어서) 가끔 지나칠 정도로 그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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