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뚜벅이


오래된 종로 골목을 구석구석 쏘다녔던 하루. 회사 선배의 추천으로 광장시장 육회골목에서 탕탕이(!)를 먹으러 갔다. 광장시장은 오래된 건물들이 한 데 모여, 그것들의 골목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시장이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낡은 건물들이 많아 마치 뉴욕의 첼시마켓같은 빈티지한 느낌을 자아냈다. 

시장에는 장 보러 온 사람들보다 우리처럼 놀러온 사람들이 훨씬 많아 이리저리 휩쓸리며 다녔다. 그 와중에도 마약김밥, 빈대떡, 떡볶이, 피순대는 눈에 계속 들어왔고, 시장 특유의 향기로운 기름 냄새는 코를 자극했다.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 빈대떡에는 마음이 꽤 흔들렸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육회골목을 찾아갔다. 육회자매집이라고, 유명한 가게라기에 30분 정도 대기 시간을 각오하고 갔는데,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다행히 10분만에 자리를 잡았다. 탕탕이는 너무 달지 않고 적당히 고소한 맛이 좋았다. 양념맛으로 먹는 것을 싫어하고, 특히 과한 양념으로 원 재료의 불량한(?) 상태를 가리우는 음식점은 더더욱 싫어한다. 유명한 집은 확실히 이유가 있다는 것을 오늘도 체감했다.




보통 2년 주기로 인사동에 가는데, 많이 변한 것 같지 않으면서도 많이 변해서 갈 때마다 새롭다. 떠돌아 다니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두 뚜벅이들이라 신나게 걸어다녔다. 나는 지도는 잘 못 보지만 길이나 방향에 있어 큼직큼직하게 잘 보는 편이고, M은 세세한 부분을 잘 본다. 그래서 내가 대충 종로 3가에서 종로 5가까지 가는 길을 이끌어가다가 M에게 지휘봉을 넘기면, M은 목표지점을 찾아낸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신기하게 참 잘 맞아서 같이 걸어가면 행복하고 즐겁다. 사귄 지 오래되어 편안하고 안정적이면서도 데이트 할 때는 아직도 쬐끔 설렌다. 사람들이 이래서 결혼을 하나? 슬슬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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