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5일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혼자서 뚜룻뚜룻한 시간을 보냈다. 오랫만에 출사라도 나가고 싶었는데 날씨도 덥고, 딱히 가고 싶은 곳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은 귀찮기도 했다. 그냥 카페로 가서 다이어리를 펼쳐 일상을 정리하고 가다듬었고, 책을 읽었다. 출퇴근길에 읽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한 페이지 읽고 멍하니 생각하고, 좀 쉬었다가 다시 읽고, 텍스트를 읽어나가다 불현듯 나는 어떠한지 돌아보게 된다. 마침 딱 어울리는 근사한 책을 집어갔기에 가능한 것이었지만.

사람들을 구경했다. 나처럼 혼자 온 사람들이 많았다. 요즘은 혼자서도 각자의 시간을 야무지게 보낸다. 혼자인 사람들도 외롭지 않은 세상, 눈치보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숙제를 하고, 엎드려 자기도 하고, 게임을 하고, 그리고 사람들을 기다린다. 누구 하나 불안해하거나 흘깃거리는 사람이 없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시간만큼, 홀로 자신을 넉넉히 만드는 시간을 보내야 삶의 밸런스가 유지된다고 믿기에 나는 이런 변화를 너무나 사랑한다.

이미지 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