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EA 산책

요새 좀 우울하긴 했다. 할 일에 대한 압박감, 시험 공부,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에 새로 시작할 일들에 대한 두려움, 적지 않은 간섭들에 꽤나 짓눌렸나보다. 스트레스에 둔한 편이지만 한계치를 넘어가면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체질이라 병원에 갔더니 이게 왠걸, 검사 결과나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어떤 검사든 정상이고 표준 범위 밖을 벗어난 적이 없었기에 내 몸뚱아리에 대한 배신감으로 눈물까지 났다. 더욱 침잠해진 나를 보면서 M은 안절부절 못했다. 워낙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괜찮다고 우겨도 절대 먹히지 않는다. M은 나를 어떻게든 기분 좋게 해주려고 고민하더니 오랫동안 위시리스트에서 빠져나가지 못했던 '이케아 방문'을 실행하자고 했다. 

 



가구를 정말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심지어 전날에도 집에서 가구를 만들었음) 이케아는 말 그대로 놀이동산이었다. 심플하며 아름다우면서도 기발한데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가구와 데코들을 보고 있노라니 우울함은 금새 사라졌다. 역시 행복은 쉽게 잃어버리면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인데. 알면서도 혼자서는 잘 찾지 못하고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일찍 데려와주지 못해 미안해'라고 말하는 M이 정말 고맙고 사랑스러웠으며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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