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 등산

요새 날씨가 좋아서 집근처 수리산에 가끔 오르곤 한다. 보통은 집에서 한시간 정도 걸리는 감투봉만 다녀오는데, 감투봉까지는 길이 편해서 걷고 있으면 산책하는 기분이 든다. 그렇지만 슬기봉같은 높은 봉우리도 꼭 한번 올라보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가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 추석 연휴 기념으로 슬기봉 정복에 나섰다.


수리산에는 밤나무가 많아서 9월쯤 되면 밤 따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이제는 바닥에 밤껍질만 그득하다.



위쪽에 군부대가 보이는데 그곳이 슬기봉이다. 등산로는 약간 우회되어 있다. 감투봉에서 약 4km 떨어져있는 슬기봉은 생각보다 꽤 멀었다. 아마도 군포 외곽을 따라 걷는 게 아닐까 싶었다.



슬기산 올라가기 전, 중간 전망대에 도착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거의 보이지도 않고 감투봉은 한참 밑에 있다. 전망대는 풍경 좋은 곳에 잘 만들어졌는데, 왠지 더 이상 올라가면 훨씬 험난하니 왠만하면 이제 내려가라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



올라갈수록 흙길이 아닌 돌길이 나타났다. 다른 사람들은 전문가스러운 등산용 폴대를 짚고 다니는데 나는 네 발달린 짐승마냥 기어서 다녔다. 올라가면서서도 떨어질까봐 너무 무서웠다. 뭐하러 고생을 사서하고 있는지 후회가 밀려왔다.



드디어 꼭대기까지 올랐다! 바람은 시원하고 상쾌하다.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정상에 올랐다는 승리감에 도취되었다. 올라가는 동안에는 다시는 안 올라갈거라고 몇번이나 다짐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를만 했던 것 같다.

슬기봉에서 내려다본 산등성이는 실제로 내려다보면 보면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웅장하고 경이롭다. 아까 전망대보다 시내는 잘 안 보여서 좀 아쉬웠다. 



수암봉도 오를까하다가 그냥 병목안쪽으로 내려왔다. 길이 차도로 되어있어서 험하지는 않지만, 평평한 길을 걷는 것이 지루했다. 한참을 걸어 병목안 공원에 도착했고 길 끝에서 한창 피어있는 코스모스를 만났다. 화사하게 피어있는 꽃들이 많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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