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역시


그래, 그래도 역시 가족이다. 답답하고 화나고 서운할지라도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무조건적인 응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 


회사, 학교, 집안 대소사, 친구와의 약속으로 늘 소외되기만 했던 가족 간의 시간이었다. 어느 순간 나는 그 시간의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예전 S화재의 '가족과 함께 할 남은 시간' 이라는 광고를 본 적이 있다. 잔잔하고 먹먹한 화면을 보며 유독 부모님 생각이 났었다. 나는 생각보다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사실에 마음이 슬퍼져서 조금 더 일찍 퇴근하려고 노력했고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으며 쑥스럽지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또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원래대로 돌아갔다. 솔직히 말하면 엄마의 잔소리에서도 도망치고 싶었다. 원래 엄마들은 딸들에겐 기승전잔소리니까. 그런데 엄마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웃기게도 그게 또 그립다. 


10년 만에 함께한 가족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오롯이 가족에게만 충실한, 참으로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살았으면서도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점을 알았다(아빠가 평소에는 아침잠이 많지만 여행을 할 때는 새벽부터 산책을 즐기시며 매일매일 일출을 봤다고 자랑하시는 것! 엄마가 여행 중에는 많이 걸어도 잘 견뎌낸다는 것! 기타 등등!). 그리고 말 위에서 찍은 멋진 가족사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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