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여행의 이야기


여행 전의 독일은 특별한 이미지가 없는 그저 머나먼 타국이었다. 비싼 차 만들고, 좋은 주방제품 만들고, 사람들은 굉장히 깐깐할 것 같은 느낌이 전부였다. 파리에서 출발하여 만하임까지, 만하임에서 하이델베르크까지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본 바깥 풍경도 매우 깐깐해 보였고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것만 같았다.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했는데 길에 사람들은 별로 없고, 건물들은 색은 칙칙하나 지나칠 정도로 깔끔했다. 날씨마저 짙은 우울함을 보였으니 첫인상 또한 좋지 않았다. 날씨는 어떤 도시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데 꽤 중요한 요인이다. 





많은 도시들이 그렇지만 사실 거주지와 관광지는 분리되어 있는데 하이델베르크 시내로 가는 버스를 잘못 타서 주택가로 와버렸다. TV에서나 보던 고급 주택가의 느낌이었다. 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도로에 보이는 차들은 벤츠, BMW, 아우디들이었다. 독일에서는 현기차 정도의 가격이면 살 수 있는 걸까. 주택가는 음침해서 사람을 찾기 더 힘들었다. 아무도 없는 길을 혼자 걷다가 어떤 집의 마당에서 아버지가 딸내미 그네 밀어주는 것을 보았다.





여행 중에 젊은 외국 친구들과는 많은 교류는 못했다. 그러나 전세계 공통인지 나이 드신 분들은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젊은 친구들보다 많아서 여행 중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까다로울 것 같은 동양인 여행객이 수줍게 바디랭귀지로 춤추면서 물어보면 꼼꼼히 가르쳐 주시고, 어떤 할아버지는 길에서 헤메고 있을 때 묻지도 않았는데 역까지 직접 데려다 주시기도 하셨다. 그러나 역시 독일 문화권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깐깐한 편인 것 같다. 혹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해야하나. 약간 대나무 같기도 해서 재미있는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 바로 전 여행지였던 프랑스의 파리지앵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하이델베르크는 좋은 풍경을 지닌 도시였다. 전쟁의 영향의 약했기 때문에 중세의 것들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았다고 했다. 처음 하이델베르크를 내려다 보았을 때 뭔가 보이지 않는 것들이 오랜시간 누적되어 특별한 분위기를 내뿜는 듯 해서 괜시리 감동적이었다. 참 진부한 표현이지만, 사진으로는 그런 것들을 담을 수가 없었다. 높은 건물이 있는 것도, 화려한 야경이 있는 것도, 놀라운 자연 풍광도 아닌데도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 곳은 왠지 북유럽처럼 보여서 좋다. 그 곳에 가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꼭 북유럽투어도 하고 싶다.





독일은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걷고 싶은 길이 많았다. 사진 속으로 들어가서 마구마구 걷고 싶다.





잔디 밭이 좋다. 피크닉을 즐기고, 캐치볼하면서 놀기도 좋다. 언젠가 충전형 소형 프로젝터가 잘 만들어진다면 야외에서 영화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나는 유럽의 공원이 좋았는데 풀밭이 많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공원은 나무나 풀보다는 놀이터나 운동하도록 만들어 놓은 영역이 훨씬 더 넓어서 아쉽다. 공원 수도 너무 적다.





기차를 타고 가다가 멀리서 하얀 산이 보여서 놀라면서 매우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난다. 아직 스위스에 가보기 전이었기 때문에 만년설을 인생 최초로 본 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촌스럽게도 작은 것에 감동받는 타입이었나보다. 운 좋게도(?) 기차에 문제가 생겨 아주 잠깐 정차했을 때 얻은 소중한 사진이다. 이 사진을 볼 때마다 그 때의 감동이 살아난다.





나중에 퓌센에 간 것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노이슈반슈타인성보다는 그 주변의 풍경 때문이었다. 성은 내부 사진도 못찍게 하고 영어 설명은 잘 들리지도 않아서 기억에 남는 것은 없지만 퓌센 자체는 아기자기하고 평화로워 마치 동화책 속에 나오는 동네 같았다. 나는 이런 마을에 오면 늘 이 동네 사람들은 주로 무슨 일하면서 살까, 집에 인터넷은 되나 궁금했다. 그 의문은 지금도 가지고 있다. 농사짓고 목장일 하는 사람들과 혹은 예술가들이 주로 살 것 같긴 하다. 한 번쯤 이런 동네에서 홈스테이를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 왠지 손님을 위해 소중한 은촛대를 꺼내고, 칠면조 잡아서 대접할 것만 같은 동네다.





왠지 앉아서 명상에 잠겨야 할 것 같은 풍경.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상하게 좀 무섭기도 했다. 





유럽사람들이 부럽기도 하면서 질투나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풍경 속에서 살며 여유로움을 마구마구 내뿜는다. 의외로 유럽인들 중에는 조각처럼 잘생긴 사람도 인형처럼 예쁜 사람도 많이 없지만 사람들은 늘 자연스럽다. 유럽 나름 경제위기인데 너무 한가한거 아니냐며 속으로 생각했을 정도다. 유럽에 가고 나서 환율이 계속 곤두박질쳐서 한 번은 1500원 아래까지 떨어졌다고 들었는데 이 사람들은 신문도 뉴스도 보고 안보고 사는 걸까. 나도 한국 사람치고는 촉박하게 사는 편은 아닌데 여기 있으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사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미지 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