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여행기

예전부터, 1박 2일에 나오기 전부터 소매물도는 나의 로망이었다. 하지만 가난하고 과제에 찌든 학생 나부랭이에겐 너무나도 멀고 '돈이 드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갑도 좀 두툼해졌고 마침 5월의 샌드위치는 모조리 쉬게 되어 소매물도로 혼자 떠나기로 했다. 결심은 4월에 했지만 혼자가니까 왠지 귀찮아져서(이게 다 맛폰때문..) 아침에 짐싸고, 아무튼 대충 조사해서 출발했다. 여기서 떠나는 버스표만 끊고, 거제, 부산, 진주, 통영중에 아무데서나 아무거나 타고 올라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여행은 미정일수록 제맛! 이라고 이때까지는 생각했다.

수원에서 9시 20분 차를 타고 2번의 휴게소를 거쳐서, 예고했던 시간대로 4시간 반 만에 도착했다. 경상도쪽은 친척이나 지인이 없어서 가본 적이 거의 없는데, 풍경이 참 푸르고 아름답게 빛났다. 날씨까지 완전 퍼펙트! 무주 지나고서 산청, 진주를 거치는 동안 바깥구경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통영터미널에는 1시 50분에 도착했다. 바로 택시를 타고 여객선 터미널로 갔다.(유람선 터미널은 따로 있으니 여객선 터미널이라고 해야한다) 그런데 소매물도 가는 배편을 대충 알아놓은 것이 문제였다. 2시 10분? 15분 쯤인데 하기와 동기가 다르고 둘이 20분 차이가 난다. 여기까진 알고 있었는데, 난 5월을 하기로 생각했다. 사실 한 달 뒤면 낮이 제일 길다는 하지니까 말이다. 하지만 5월은 동기로 쳐서 2시 10분에 출발이었고, 나는 2시 10분에 터미널에 도착했으니 당연히 표를 못끊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터미널에서 욕지도, 한산도, 연화도 등 다른 섬에도 갈 수 있었고, 나를 살랑살랑 유혹했지만 20분간 고민 끝에 마음을 접었다. 꼭 소매물도를 보고 가겠다고 결심하고 온 것이니까.





터미널에서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아 통영 지도를 받아든 뒤, 어디로 갈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도를 봐도 통영 케이블카 말고는 딱히 땡기는 곳이 없었다. 나는 또 택시를 타고 통영대교를 건너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향했다. 통영의 대표 관광지 답게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먼저 매표소로 가서 9000원을 내고 왕복표를 끊었다. 통영케이블카 개찰구쪽에서 전광판에 탑승번호를 30명 단위로 끊어서 알려주기 때문에 따로 줄 설 필요는 없었다. 다만 전광판 번호는 5900번대였고, 내 번호는 7203번. 내 앞에 1300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심심해져서 탑승장 뒤쪽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언덕으로 올라갔다. 언덕 위에는 사람이 많지가 않아서 넉넉하게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었다. 바다는 꼭대기만 언뜻언뜻 보였다. 앞에는 소나무들이 있었는데, 이렇게 솔방울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는 처음봤다. 바닥에도 솔방울들이 엄청나게 흩어져 있었고, 어떤 애기는 솔방울을 가득 모아 자기 옆에 두었다.





2시간을 기다려 5시 즈음 되었을 때, 드디어 탑승 차례가 다가왔다. 예전에 오사카로 여행갔을 때, 대관람차의 투명한 칸을 탄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높이 올라가서 후덜덜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땅에서 점점 멀어질 때 무서워졌지만, 금방 익숙해져서 그 때보다 재밌었다. 10분 후, 상단 탑승장에 도착했다.


역시 소문대로 올라가서 보니 남해의 섬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요즘 좀 답답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시원해졌다.





미륵산 정상에서 한 동안 바람을 쐰 후, 탑승장으로 돌아갔다. 분명 멋진 노을이 기대되는 날씨여서 기다리고 싶었지만, 이 많은 사람들이 내려갈려고 하면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역시나 산으로 통하는 계단에서부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하산하고 내려오니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다.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떻게 갔는지 신기할 뿐이었다. 길가로 내려와보니 탑승장 쪽은 약간 외져서 택시가 잘 지나다니지도 않고, 그나마도 빈택시는 없었다. 그래서 그냥 통영대교로 추측되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아파트가 보여서 근처에 가면 뭐라도 있을 것 같았다. 점점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GS25, 작은 시장도 눈에 띄었다. 다행히도 그 쪽에는 택시가 간간히 지나가서, 택시를 타고 여객선터미널 쪽으로 돌아갔다.


여객선터미널 쪽에는 충무김밥집이 많았다. 다들 원조라고, TV에 나온집이라고 해서 그냥 끌리는 집으로 들어갔다. 아주머니는 혼자서 여행왔냐고 하시면서 대단하다고 말씀하셨다. 혼자서 여행다니면 이런 칭찬(?)을 자주 듣게 된다. 그 다음엔 무섭지 않느냐는 소리를 듣고, 가끔 반찬이나 국을 많이 퍼 주신다. 이번에도 국 한 그릇 더 먹고 왔다. 사실 충무김밥은 처음 먹어봤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모양이 달랐지만, 오징어와 오뎅을 참기름에 무쳐서 만든 반찬은 집밥 맛이 나서 엄마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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