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늦다면 늦은 나이에 치아교정 중이다. 이를 빠싹하게 조이고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거의 30분 뒤에나 올 기세였다.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아니면 큰 도로에 있어선지 낮인데도 많이 쌀쌀해서 그냥 집 근처까지 가는 버스를 아무거나 탔다. 버스 안은 차가운 바깥과는 달리 너무나 따뜻해서 좋았다.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정류장에서 내렸지만서도 진짜 집에 도착하려면 걸어서 삼십분은 가야 했다. 차가운 바람을 마주하며 공장단지 사이를 걸어갔다. 사람도 없고 거칠고 잿빛 같은 동네였지만 중간에 안양천에서 갈라진 이름모를 작은 개천을 만났다. 이 개천을 따라 서울 쪽으로 가면 옛날에 살았었던 집들을 전부 다 갈 수 있어서 예전부터 자전거를 타고 꼭 한 번 집에서 한강까지 가봐야지 생각했었다. 오늘도 그냥 결심만 다시 한 번 되새기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늘 언젠간 해봐야지 하는 것들은 많은데 실천은 안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실패하더라도 안하는 것보다야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적을텐데 자꾸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사실 하나의 핑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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