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출발-이호테우해변까지


3박 4일 동안 홀로 제주도에 다녀왔다. 이동수단은 50cc의 스쿠터에 게스트 하우스에서 숙박.

평범하고 조용하며, 너무나도 꾸준했던 야근의 세월을 위로하고자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휴식과 힐링, 자유. 뭐 그런 테마의 여행이었으면 했는데 역시나 나란 사람은. 빡세고 살짝 무모한 것을 포기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짧고 굵게 놀다 왔다. 


수원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하여 공항철도로 갈아탔다. 공항철도라고 해서 추가요금이 천 원쯤 더 붙을 줄 알았는데 그냥 일반 지하철하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인천공항까지 가면 다를지도 모르겠다). 날로 발전하는 우리나라 교통 인프라에 감탄하며 생각보다 일찍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늘 인천공항만 이용해 온탓인지 김포공항이 너무 작게 느껴졌는데 무엇보다 놀란 건 온통 중국인 뿐이라는 것, 마치 중국 공항마냥 주객이 완전히 전도 되었다. 기내에도 한국인보다 중국인이 더 많은 듯 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드디어 제주도에 발을 딛었다. 6년 만이다!





3박 4일 동안 함께한 42L 배낭이다. 2010년 유럽여행 갔을 때 매고 처음으로 꺼냈다. 그때는 배낭여행이면 무조건 배낭을 매어줘야지! 하는 뜬금없는 허세 때문에 10kg를 훌쩍넘는 가방을 이고지고 다니느라 굉장히 고생했었다. 그래서인지 이 가방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굉장히 착잡하지만 한편으로는 웃음이 난다. 지지리 궁상의 학생 여행자 포스가 지나치게 풍기는 바람에 소매치기는 커녕 밥만큼은 잘 얻어먹고 다녔다. 제주도 여행을 결정하자마자 이 가방이 먼저 떠올랐던 건 유럽 여행에 대한 향수 때문이었을지도.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시간들이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이번 여행의 이동을 위해 50cc의 빨간 줌머(혼다) 스쿠터를 빌렸다.

나는 성격이 느긋하지 못하다. 답답한 것을 싫어하고 뭐든 빨리빨리 해치우는 것을 좋아하고, 질문을 잘 하지 않고 하는 것도 귀찮아하는 전형적인 한국인이다. 덕분에 배우는 속도도 빠르고 배울 때 굉장히 몰입한다. 덕분에 스쿠터 사용법도 금방 익히게 되었는데 이 재밌는 물건을 타고 어찌나 떠나고 싶던지 연습은 당장에 때려치우고 싶었다. 첫 스쿠터 여행에 대한 불안함이나 길에 대한 걱정은 1% 나 되었으려나.





이호테우해변에서 만난 야자수들. 어느 블로그에서 본 이호테우해변의 사진이 제주도 여행의 결심을 단단히 하는데 한 몫을 차지했다. 나무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야자수는 나에게 있어 꿈의 나무다. 남태평양 푸른 산호초 바다 한가운데 섬에 촘촘히 심어져 있을 것만 같아서. 앞으로 점점 더워지면 가로수가 야자수가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나에게 화이트 비치 해변을 떠올리게 만드는 환상의 매개체다. 야자수 좋아!





2박 3일동안 힘껏 제주도를 돌아준 '여행의 동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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