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젖은 2500원


9월 28일에 벼룩시장에 나갔다가 찍은 사진을 메모리카드에서 발견했다. 사진 속 2500원은 3시간 동안 벌은 귀한 돈이다.

중앙공원에서 토요일마다 벼룩시장이 열린다기에 대차게 나갔다가 완전히 실패했다. 어릴 때 입던 옷 그냥 버리기 아깝다고 10kg 훨씬 넘게 싸가지고 갔다. 500원~1000원 정도면 불티나게 팔려서 1시간 만에 집에 돌아올 수 있을거라는 망상아닌 망상을 품었는데 사람들은 거들떠도 안봤다. 가격도 내려보고 할 수 있는 짓은 다했지만 유행이 지난 못생긴 옷들은 사람들의 관심조차 받기 힘들었다. 게다가 옷은 어찌나 많이들 파는지 옷으로는 결코 승산이 없어보였다. 일단 나왔으니 자리는 지키고 있었는데 30분만에 면바지 하나가 팔려서 500원을 받았고, 한 시간 쯤 후에 청바지를 팔아서 1000원을 받고, 그렇게 2500원의 수익을 냈다. 청바지는 그래도 사람들이 사이즈니 가격이니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잇아이템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신기하게도 팔기는 커녕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다. 난 정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완전 김칫국 먹고 내놓았는데!

사람들이 물어볼 때는 심장이 콩닥콩닥하고, 판매까지 이어질 때는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이것이 장사하는 사람의 심정인가 싶다. 같이 나갔던 분들은 2~3만원은 버셨는데 나보고 기름값도 안나오겠다고 했다. 그래도 500원으로 오늘 하루 끝일까 싶어서 창피하고 절망스러웠지만 지폐가 두 장이나 나타났네! 하며 끌끌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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