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york] 남쪽에서


갔다와서 깨달았는데, 나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뉴욕'이라는 단어를 만나고 있었다. 대한민국 땅에서도 뉴스에서, 신문 제목에서, 페이스북에서, 방송에서든 가리지 않고 접할 수 있었다. 뉴욕은 굳이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단어 자체가 굉장한 수식어다. 단어만으로도 오만가지 상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곳! 그래서 말인데, 뉴욕에 한 번 더 가고 싶다. 그땐 그렇게 긴가민가 했던 길들이 지금은 쉽게 찾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고 가보지 못한 곳들도 너무 많다. 끊임없이 접하게 되는 뉴욕의 이모저모는 지난 여행의 게으름을 후회하게 만들면서 또 한 번 가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여행을 갔다오면 동경은 꺾이고 그리움만 남았었는데 뉴욕은 몇 달만에 다시 동경하고 있었다.





남쪽 동네는 미드타운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뉴욕이 시작된 지점이라 구획이 깔끔하지도 않고,(뉴욕은 북쪽으로 갈수록 ave와 street 구분이 깔끔하다.) 회사들이 밀집된 곳이라 흥미거리는 별로 없어보이지만 새건물과 구건물이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랜드마크스러운 느낌이 났다. 뉴욕에 오기 전, 월가는 파랗게 뒤덮인 통유리 건물들이 우후죽순 솟아있고 정장입은 예민한 표정의 사람들이 심술맞게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실제로는 관광지로서의 면모가 훨씬 두드러져 보였다. 오래된 건물들은 시카고의 건물양식과 대개 비슷해서 고풍스러우면서 멋지다. 그렇지만 새로 지어진 건물들은 역시 파란색 통유리다. 





벌써 12년 전이 되어버린 911 테러 현장. 그라운드 제로라고 불리는 그곳에 다시 건물을 올리지 않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10년이 넘었지만 미국은 911테러를 역사 속 사건으로만 치부하지 않고 절대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쌍둥이 건물의 터에는 거대한 두 Memorial pool이 만들어졌고 모서리에는 희생자의 이름이 적혀있다. Pool 가운데에는 아주 깊고 어두운 구멍이 있는데 보고 있다간 꼭 빨려들 것만 같아서 공포스러웠다.





남쪽은 바다와 가까워서 몹시도 추웠다. 1km나 되는 브루클린 브릿지를 걷다가는 정말 얼어죽지 않을까 싶어 포기했다. 대신 지하철로 강을 건너가 맨하탄을 바라보기로 했다.(K가 브루클린 브릿지를 꼭 건너봐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못내 아쉽다.)

브루클린에서 바라본 맨하탄의 야경은 프렌즈였나 아무튼 정말 많이 봤었는데 그냥 섹시해보였다. 실제로도 그랬다. 홍콩의 야경이 몇배는 더 화려하고 아름답더라도, 뉴욕의 밤이 낮보다 더 아름답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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