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ago] Andy's Jazz club


숙소에서 푹 자고 8시쯤 밖으로 나왔다.


전형적인 한국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이라 영어 회화는 바보 수준. 그런데 호텔 로비를 돌아다니면 자꾸 직원들이 "How are you"라고 인사를 하는데 왠지 한국에서 배운대로 "I'm fine. and you?"는 쓰면 안될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라고 물었는데 "저는 평안하온데, 당신은 어떠하시옵니까?" 라고 대답하는 느낌이랄까. 처음에는 Hello나 Hi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대답하는지 야금야금 훔쳐봤다. 그런데 그냥 간단하게 Good, Fine, Perfect에 가끔 How are you? 를 붙여서 대답하길래 맥이 좀 빠졌지만, 현지식 인사는 완벽히 마스터했다. 나중에 이런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나자 게임 속에서 퀘스트를 깨는 것 같았다.




시카고에 대해 아는 거라곤 재즈, 바람, 스파이더맨 그리고 다크나이트가 전부(다크나이트가 99%). 둘 다 야근에 늪에 빠져 맛집에 대해서는 백지였다. 가이드북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는 책에 나온 Andy's Jazz Bar를 갔다. Jazz를 즐기면서 저녁도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Grand Red역에서 도보 1분이라고 해서 Street 명을 보지 않고 갔던 것이 실수였다. 역부터 찾으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20분 넘게 헤매야 말았는데, 돌아갈 때는 10분도 안 걸렸다. 이렇게 해메고 있는 와중에 어떤 흑인 여자가 우리에 길을 묻는 일까지 일어나서 둘이 길에서 한참을 웃었다.

나는 미국의 식당 문화에 대해서는 팁 빼고는 아는 게 전혀 없었다. 선배가 재작년에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고 했고, 나의 여행 경험을 믿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혼자 한 여행에서 레스토랑을 몇 번 안갔고, 그나마도 혼자 여행온 동양여자에게 베푸는 굉장한 친절 덕택에 어려움이 없었던 것이었다. 처음에 ID를 제시하라고 하길래 별의별 생각을 다 했는데 알고보니 클럽의 나이제한 때문이었다. 다행히 가방 속에 여권이 있어서 숙소로 돌아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10달러의 입장료도 머리 속을 굉장히 복잡하게 만들었는데 여기가 그냥 식당이 아닌 클럽이기에 내는 돈일 뿐이었다.




가이드 북이라도 한 번 읽고 들어갔으면 괜찮았으려만, 그냥 한국처럼 무작정 들어갔다가 직원이 우리를 보고 앞자리로 안내했다. 참 스스로가 어이없으면서도 대단하다. 배가 무지 고팠던 우리는 치킨 커틀렛 볶음밥과 오믈렛을 주문하고 9시 공연을 기다렸다. 왁자지껄하고 요란하고 자유스런 분위기가 좋았다. 굉장히 유명한 클럽인지 빈자리도 거의 없었다.




9시가 되자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 시작 전에 음식을 열심히 먹어두고 편안한 마음으로 재즈를 감상했다. 다들 손가락이 부서져라, 색소폰 연주자는 얼굴이 한껏 달아오르도록 연주를 했는데 얼마나 즐겁던지 식당을 떠나기가 싫었다. 색소폰 아저씨가 대장인 듯 한데 연주가 끝나면 앞에 있는 두꺼운 책자에서 즉흥적으로 곡을 골라 뒤에 있는 콘트라베이스와 피아노, 드럼 연주자에게 종이 한 장씩 건넨다. 그러면 세 사람은 군말없이 받아들고 연주를 시작한다!!!!! 색소폰 부는 아저씨는 연주 중간에 바테이블에 가서 여유롭게 물이나 술 한잔씩 마시는데 그 모습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남은 셋은 즐겁게 연주를 하고 있고 가끔 색소폰 아저씨가 음료수도 배달해 주었다. 색소폰 아저씨는 연주하다가 갑자기 자기 동료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렇게 정신없는 와중에도 재즈의 선율은 한치의 실수나 흐트러짐도 없어서 이들의 실력과 팀워크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들으면서도 그 한 장짜리 종이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재즈가 기막히게, 또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건지 궁금했다. 특히 피아노 소리가 굉장했는데 얼핏 보면 쾅쾅 두들기는 것 같아도 건반 위에서 손가락이 뛰어 노는 듯 했다. 색소폰이 없을 때면 즉흥적으로 변주를 하는지 피아노 소리는 더더욱 날개 돋힌 듯 했고 어깨춤이 절로 나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재즈에 푹 빠져 2시간 넘게 식당에 있었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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