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 기대 이상입니다


엄마는 옆구리를 찌르며 슬그머니 결혼에 관해 물어보지만,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됐다. 그건 M도 마찬가지. 그는 취업 준비로 마음이 뒤숭숭하고, 내 마음은 복잡하다. 많이들 겪는다는 연애 3년차의 고비인가 싶다.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 예전같지 않은 모습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자꾸만 서운한 감정이 쌓여가고 있다. 그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안다. 여전히 나를 무척이나 사랑해준다. 과연 뭐가 문제일까 고민해 봤는데 정답인지는 모르겠으나 '주의깊지 않음'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연애 초반에는 지나가는 말도 귀담아 들어줬지만, 요즘은 서운한 점을 직접 이야기를 해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나도 그렇다. 우리는 벌써부터 서로가 서로를 잘 안다고 착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샀다. 이제 단거리 경주는 끝나고 장거리 달리기로 진입하는 내게 감정적으로나 연애 지도서로나 도움이 되어주길 바랐다. 읽을 때마다 마음이 평안해지는 걸 보니 다행히도 책을 구매한 목적은 달성한 것 같다. 


좋은 문구들이 많지만 가장 충격적(?)이었던 문장은 '훌륭한 배우자가 되려는 열정을 품어라.'였다.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개념이었다. 열심히 하는 것은 공부나 회사일로 족한 것이고 연애나 결혼은 평안한 안식처와 같아야 한다고 늘 생각했었다. M에게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는데, 뭐랄까 열정을 품는다는 것은 조금 다른 개념인 것처럼 느껴졌다. 배우자는 삶의 목표이자 헌신하고 희생해야 할 고귀한 어떤 것처럼! 그렇지만 누군가를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이제 '기대'는 버리고 '마음'을 다잡고 '열정'을 품어보려고 한다. 그렇다. 사랑을 하면 사람이 지나치게 성숙해져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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