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데이트


근정전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려는 우리를 어떤 아저씨가 갑작스레 붙잡더니 약간은 어색한 영어로 직진해야 한다고 했다. 아저씨의 날카로운 눈빛에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데 갑자기 외국인이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한국땅에서 외국인으로 오해를 받는다니, 이게 무슨 일인지 잠깐 둘다 벙쪄있다가 급하게 정신을 차리고선 우린 한국인이라고 한국말로 또박또박 말했다. 아저씨는 근정전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크게 볼 것이 없다며 직진하다가 경회루로 가는게 좋다고 하셨다. 


그래, 맞다. 우리는 경복궁에 각각 10년, 20년만에 온 사람들이었다. 거의 처음 와본 것이나 다름 없는데 너무 준비성이 없었다. 벌써 300일이 넘어가니까 데이트 장소에 대한 열정도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스마트폰에게 핑계를 돌리기엔, 초반엔 굉장히 부지런하긴 했었다. 어쨌거나 아저씨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경복궁 데이트에서 즐거운 추억이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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