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쉼


일은 많지만, 틈을 비집고 놀아야겠다는 생각에 오랫만에 잔머리를 발동시켜 나름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샌디에고까지는 어차피 가야할 길이고, 토요일이고, 점심도 먹어야 한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최고다. 이런 완벽한 기회가 또 어디 있을까? West coast를 그냥 지나쳤다가는 인생 최대의 후회로 남을 것만 같았다. 급히 이동경로 중 View Point와 가볍게 둘러볼 수 있는 곳을 검색해서, 구글맵에서 10군데 정도 ★을 찍었다. 그리고 나름의 엄격한 기준을 세워 갈 수 있을 것 같은 장소만 추렸다. 먼저 Oceanside harbor에서 Fish&chips로 점심을 해결하고, 잠깐 아울렛에 들러 선물을 산 뒤, La Jolla Cove에서 바다사자를 만나는 반나절 일정으로 정리되었다.


그동안 넓은 침대에서 홀로 잠들 때마다, 새벽에 눈을 뜰 때마다 우울함과 외로움이 밀려들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혼자 떨어져 외딴 섬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내가 없으니 더 잘 지내는 M에게 통화를 할 때마다 점점 못되게 굴었다. 그 묵어가던 감정들이 이 날의 쉼으로 말끔히 해소되었다. 이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좀 더 힘내라고, 하나님께서 멋진 석양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했다. 평생 잊지 못할, 내 인생의 Sunset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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