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5일

M과 나는 한 동네에 살아서 종종 함께 출근을 한다. 그는 천안, 나는 수원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천안행을 탔다. 내 입장에서는 출근 시간이 길어지긴 해도 아침에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2년 전만해도 지극히 평범했던 출근길이 이제는 소중하고 특별한 데이트가 되었다.

요즘은 방학시즌이라 숨쉬기 힘들만큼 천안행 지하철이 꽉 차지 않는다. 그래도 출근시간이라 붐비기는 해서 사람들을 조심히 비켜가며 손잡이 있는 쪽으로 나아갔다. 근데 누군가 나한테 꿍시렁거리며 욕을 한 모양이다. M은 그걸 듣고 굉장히 화가 난듯 했다. 나는 듣지 못했고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했지만 그는 화를 꾹꾹 누르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많이 당황했다. 생각해보면 출근길 지하철은 조용하지만 의외로 굉장히 예민한 공간이다. 미묘하게 신경을 거스르는 일도 많이 일어난다. 짜증이 나더라도 다들 참고 이해한다. 당신들도 피곤하고 지치고 졸리다는 걸 아니까. 나 역시 오랫동안 지하철로 출퇴근하면서 어느덧 득도의 경지까지 올랐나보다.

한편으로는 열정적으고 내 편이 되어준 M이 정말 고마웠다. 애인이 내 편이 되어준다는 건 꽤나 든든하고 멋진 일이다. 솔직히 연애하면서도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남자들은 공감할 줄 모른다고, 오죽하면 남편이 남의 편의 줄임 말이라고 할까. 아마 M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욕을 하면 그의 성격 상 내 잘못을 분석하고 고칠 점을 제시할 것이다. 그래도 결국은 내 울타리가 되어 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나 역시 그를 지켜줄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

이미지 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