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7일


벌써 일주일이 지난 2017. 

사실 1월 1일의 일기를 쓰고 싶었는데, 복잡한 주변 상황과 결정되지 않은 출장으로 연말의 붕붕 뜬 기분이 계속되고 있었다. 게다가 올해는 크리스마스도, 새해도 일요일이라는 것 때문에 마음도 삐뚤어져 있었다. 그래서 한 번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사 본 적도 없었던 '핑크색' 다이어리를 구입한 것 같다. 파란색 물건만 잔뜩인 내게, 이 요망한 핑크색 물건은 반항심? 일탈이랄까, 그런 이상하고도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누구에게 반항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이어리는 12월에 미리 사거나 갑자기 스케쥴이 폭발할 때 충동적으로 구매하곤 했는데 1월 1일에 구입한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일까? 신기하게도 애착이 남달랐다. Daily라 두꺼운데도 매일매일 들고 다니며 일상을 기록하고 To do를 실천하고 있다. 절대 핑크색이라서가 아닐 거라고 믿고 싶다. 베이비로션 같은 색이라 볼수록 예쁘긴 하지만 절때 핑크 덕후는 되지 않을 것이니까. 쓰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는 '여자는 핑크를 좋아(해야)한다'는 고정관념에 어릴 때부터 저항해 오긴 했다. 파워레인저에서 핑크 언니를 제일 좋아했던 것을 마지막으로, 핑크는 의도적으로 기피해 왔다. 바로 그 저항에 지쳤고 반항하고 싶었나보다. 


새해 결심은 하나도 안썼다. 올해는 대학원 생활과 회사 업무를 잘 병행만 하더라도 엄청난 성공이니까 특별한 계획은 세우지 않기로 했다. 계획 없이 시작하는 한 해라 마음이 홀가분하다. 그냥 2017년에는 더욱 긍정적으로 살아가기로 하자. M에게서 선물로 받은 못생긴 브로콜리 인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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