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 코즈웨이베이

코즈웨이베이. 이름이 예쁘다. 케리비안 베이와도 어감이 비슷하고, 지명보다는 왠지 애칭에 가까운 느낌이다. 세계의 명동이라고도 불리는 곳이기에 쇼핑할 곳, 먹을 곳이 널려 있어서 광보다는 우리나라 번화가를 돌아다니듯이 여행하게 된다. 코즈웨이베이는 내가 묵었던 숙소에서 MTR로 한 정거장 떨어져 있던 곳이었다. 그래서 종종 트램을 타고가서 이것저것 사먹곤 했다.



아침은 맥도날드나 요시노야처럼 항상 검증된 곳에서 먹었다. 홍콩 음식은 맛과 질감은 새롭지만 적응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아침만큼은 익숙한 것을 먹고 싶었다. 그런데 검증된 곳이라고 해서 그곳 메뉴까지 검증된 것은 아니었다. 맥도날드에서 분명 파스타를 시켰는데,(맥도날드에 파스타가 있는 것도 이상하다) 나온 것은 우동국물 같은 것에 고기패티가 들어가있고 계란후라이와 건더기가 둥둥둥. 받는 순간 당황했지만, 배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열심히 먹었다. 맛은 새롭지만 좋지는 않다. 오묘한 맛이다.





아침에는 일찍 일어났는데 일기쓰고 뒹굴뒹굴 거리다가 10시가 넘어서야 나왔다. 홍콩 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늦게 나가서 늦게 들어오라던데, 역시 오전에는 꽤 한산하다. 학생들은 학교에, 직장인들은 회사로 가서 그런지 거리에는 아주머니들이 제일 많았다. 그러나 저녁이 되면 이 거리가 바글바글해서 홍콩의 인구밀도를 실감할 수 있다.





홍콩 간다니까 명품사러가냐고 그랬지만, 원래 쇼핑을 즐기는 타입은 아닌데다 명품은 잘 알지도 못하고 그다지 관심도 없다. 사실 그런 곳들 보다는 편집샵이나 한국에 없는 브랜드 매장을 가고 싶었는데 홍콩에 와서 보니 대부분이 백화점이나 명품샵이다. 아무리 홍콩의 명품이 싸다고 해도 명품은 명품이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기대를 하고, 같은 아쉬움을 가지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들이 만족하는 곳 중에 하나가 이케아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홍콩에 가면 이케아는 꼭 가려고 했는데, 그건 내가 이케아에 대해 호감이나 비호감의 문제가 아니라 이케아 브랜드 자체에 백지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라고는 잘나가는 스웨덴 출신이라는 것 밖에 없었다. 이케아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그곳에서 한동안 떠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심플하고 실용적이고 단순하다. 집에 있을만한 온갖 물건이 다있어서 인테리어를 통일성있게 구성할 수 있으며 그것이 매우 저렴한 가격에 이루어진다.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은 정말 질리지 않으면서 담백하고 실용적이다. 액자 5개와 180X200cm의 퀼트느낌이 나는 이불보를 샀다. 이케아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정말 위험할 것 같다. 처음 매장에 방문하자마자 브랜드 로열리스트가 될 확률이 너무나도 높다.





디자인 소품점인 G.O.D는 생각보다 기대 이하였고 코즈웨이베이는 돌아다녀도 쇼핑밖에 할 게 없어서 쇼핑을 목적으로 여행하는 사람이 아니면 오래있을 만한 곳이 못되었다. 그래도 막상 왔으니 선물은 사가고 싶어서 타임스퀘어의 Lane Crawford 엄마와 동생의 화장품을 샀다. 엄마 것은 여행용 화장품 세트를 골랐는데, 신세계백화점에서 약간 더 저렴하게 팔고 있었다고 한다. 쇼핑의 천국은 맞는데, 가격의 천국은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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