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뚜루뚜루 걷기

마카오는 당일치기로 갔다 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하필 늦잠을 자 버렸고, 헐레벌떡 준비해서 성완 페리 터미널로 갔다. 티켓을 미리 예약하려고 했는데 시간표를 보니 배가 꽤 자주 있는 듯 해서 그냥 현장에서 사도 괜찮겠다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행이다. 

매표소에서 현장에서 제일 빠른 시간대의 표를 사서 페리에 탑승하러 갔다. 비슷한 입구가 두 개 있었는데 마음이 급해서 엉뚱한 입구로 들어갔다가 배를 놓칠 뻔했다. 다행히 직원이 잘 안내해줘서 겨우 탑승할 수 있었다. 


마카오로 가는 동안, 출입국 신고서를 작성하고 곯아 떨어졌다. 채 한 시간이 안되어 마카오에 도착했는데, 입국장에는 이미 먼저 온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대부분은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사람들로 보였고, 단체 관광객도 많았다. 앞에서 별로 하는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줄은 줄어들 생각을 안했다. 정말 배타는 시간보다 좀 더 길고 지루한 시간을 보낸 끝에야 입국할 수 있었다. 이미 날은 11시를 향해 갔고 더위로 푹푹 쪘다.



일단 마카오에 왔으니 유명한 세나도 광장과 성바울성당은 보러가고 싶었다. 선착장 밖으로 나오니 버스 정류장이 있었지만,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다. 마카오는 정말 영어가 하나도 안 통하는 곳이어서 노선도나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옆에 나와 같은 처지의 한국인 남자 두 분이 있었다. 돈 좀 있는 집안의 펑펑 놀러다니는 대학생처럼 보여서 평소라면 그닥 친하게 지내지 않을 듯한 스타일이지만, 그 때는 한국말을 하는 사람 자체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셋이서 세나도 광장을 지나가는 듯한 버스 한 대를 골라내서 탔는데 뭔가 목적지와는 가까워지긴 하지만 묘하게 다른 곳으로 가는 것 같아서 결국 내렸다. 그리고 그냥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택시를 탔지만, 택시기사님도 영어를 전혀 못한다. 관광객들 많이 태울 것 같은데 그러면 자의든 타의든 한 두마디 정도는 어떻게 안될까요!!





택시에서 들어보니 일 때문에 왔다가 하루 여행하는 사람들이었다. 인턴인지 레지던트인지 아무튼 병원 쪽 사람들이었는데, 대회를 나눌수록 참 첫인상과는 다른 사람들이었다. 나가 노는 것 좋아할 듯한 외모와는 달리 의외로 소소한 느낌이었다. 오후 쯤에 베네치아 카지노에 갈 계획이라고 하자 그 분들도 거기 갈 계획이었다고 해서 나중에 또 같이 택시를 타기로 했다.





세나도 광장의 건물들은 마치 세트장이나 놀이동산의 건물들 같다. 알록달록하고 예쁘지만, 왠지 유럽짝퉁느낌의 건물들.





안쪽으로 쭉 걸어올라가면 육포와 에그타르트가 즐비한 골목이 나오고, 마지막에 성바울성당까지 갈 수 있다. 





생각해보니 아침을 안먹었다. 뭐 먹을만한 거 없나 탐색하던 중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가게를 발견하고 하나 주문했다. 별로 맛은 없었다. 빵이 질기고 고기도 퍽퍽하데 안에 야채는 없다. 무슨 맛이지 이게!





홍콩과는 건물이 달라서 재밌다. 특히 베란다가 닭장같이 생겼다. 철창이 녹슬어서 완연한 갈색을 띄는데 그게 또 매력적이다.





육포 골목을 지나면 짠! 하고 나타나는 성바울 성당. 골목의 끝에서 틈이 벌어지더니 무심한 듯 갑자기, 그러나 멋지게 나타난다. 





보면서도 신기해서 한바퀴 둘러보지만 그저 미스테리다. 처음에 사진으로 성바울 성당을 봤을 때는 유럽 어딘가겠거니 생각했는데 마카오라고 해서 놀란 기억이 난다. 하나의 벽면이 저렇게 크니 원래 모습은 정말 웅장하고 멋지지 않았을까 싶다.


주변에 똑같은 옷과 똑같은 모자를 쓴 중국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았다. 특히 할머니들은 나보다 더 상위 기종의 DSLR로 성바울 성당을 멋지게 찍고 있었다. 찍는 자세도 사진가 저리가라 급이었다.





왠지 중경삼림을 떠오르게 한 사진이라서 굉장히 좋아한다. 사진속의 사람은 왠지 왕정문 같아 보이고!! 너무도 매력적인 양조위&왕정문 때문에 중경삼림은 정말 좋아하는 영화 중에 하나다.





마카오 오면 꼭 먹어줘야 한대서 하나 사먹었는데 달달하니 맛있었다. 에그타르트는 사실 맛보다는 푸딩같은 독특한 식감때문에 유명한게 아닐까 싶다. 육포사진은 하나도 안 찍었는데 정말 아쉽다. 육포는 수입 금지라는게 너무 아쉬울 정도로 맛났다. 진짜 무의식중에 막 손가는 음식, 그런 녀석이었는데..





30도쯤 되는 날씨에 지쳐서 세나도 광장의 스타벅스에서 잠시 노닥거렸다. 맥도날드처럼 복작복작하지도 않고 시원해서 떠나기가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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