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 11월의 리펄스베이

다음 날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5일 동안 계속 보아온 고층 아파트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참이어서 스탠리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리펄스베이에 들렀다. (리펄스 베이는 스탠리를 가는 길의 중간 쯤 있다.) 가이드 북의 설명만 보아서는 크게 가고 싶은 마음이 동하는 곳은 아니었는데, 스탠리를 가면서 내려다 본 리펄스 베이에 하얀 모래가 마음을 잡아 끌었던 것 같다. 나중에 들었는데 이 모래들은 외국에서 사온 것이라고 했다.



리펄스 베이하면 독특한 건물구조를 지닌, 고급 맨션들을 주로 언급한다. 실제로 건물들을 봤을 때는 처음에 '우와'하는 감탄사 한 번을 내뱉고는 솔직히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딱 한 건물, 나의 궁금증을 유발한 것이 있긴 하였지만 나는 건축학도도 아니고 설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 건물에 사는 사람도 모르고, 광둥어도 몰라 물어볼 수도 없으니 그냥 쳐다볼 수 밖에.





나선형 계단으로 되어있는 작은 건물을 돌돌이라고 이름붙였다. 귀엽게 생긴 돌돌이는 홍콩에만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의왕역 근처의 저수지 근처에서 하나 발견했다. 내 머리속에 깊숙히 박혔는지, 빠르게 지나가는 지하철 속에서도 한 눈에 띄었다.





고급 맨션들을 뒤에 두고 펼쳐져 있는 이 해변은 예쁘지만 '홍콩'을 생각하고 보면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다. 아마도 인공 해변이 아닐까 싶었는데 역시나 그랬다. 바닷가치고는 바람도 크게 불지 않아서 소소하게 피크닉을 나와도 좋고 산책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수영복을 입은 서양 사람들은 꽤 보이는데 수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다들 해변에 누워있거나 쉬고 있었다. 전에 이탈리아 포지타노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본 것 같다. 다들 수영은 안하고 발리볼을 한다거나 바닥에 누워있기만 했다.





중국의 여행객들은 우리네 여행객들과 사진으로 인증을 남기려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 '바다는 배경이다' 라는 느낌이랄까. 보통 두 사람이 짝지어 다니며, 찍어주는 사람 한 명과 찍히는 사람 한 명으로 구성되는 듯 보였다. 찍히는 쪽은 옷차림을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리펄스 베이와 도로를 연결하는 계단에서 포즈를 취하던 하얀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중국 여자가 뇌리에 생생하다





11월 2일 임에도 리펄스베이의 낮기온은 30도까지 올랐다. 홍콩 도심은 27도 전후에서 마무리 되는 듯 싶었는데,(한국에서 예상했던 기온보다 높았다) 여기는 굉장히 더워서 몸이 먼저 알아챘다. 5박 6일을 대비해서 옷을 꽤 가져왔지만 대부분 긴팔이었기 때문에 조금씩 땀에 젖어버렸고 남은 옷이 더이상 없었다. 버스를 타면 코즈웨이베이로 돌아가기 때문에 쇼핑센터에서 티셔츠를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수영복도!

해변가에 있으니, 그리고 날씨가 이렇게 더우니 물속에 풍덩 빠져버리고 싶었다. 생각해보니 호텔 꼭대기층에 수영장이 있다고 들었던 것 같다. 홍콩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 그것도 호텔 옥상에서 수영이라니! 비지니스 호텔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호텔 수영장을 이용해 보는구나 싶어, 바삐 리펄스베이를 떠났다. 특히 여행 중에는 생각을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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