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

휴대폰을 분실하였다. 처음 휴대폰을 가졌을 때가 중학교 2학년 2학기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휴대폰을 잃어버린 적이 없었다. 잃어버렸다고 해도 곧바로 찾았다. 우산은 1년에 5개씩 잃어버려도 휴대폰이나 지갑같은 것들은 그랬다. 왠지 지금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 것 같다. 약정이 이달 말에 끝나고, 출시된지는 어연 3년이나 된 갤럭시 노트1이지만 그 안에 저장된 사진들 때문에 마음을 쉬 놓을 수가 없다.


엄마와 산에 가면서, 차에 모자를 다시 가지러 가면서 주머니에서 떨어진 모양이다. 차에 있겠거니 했는데 돌아와서 찾아봐도 없다. 엄마가 전화를 걸어보니 교양있는 목소리의 젊은 아주머니가 받았다는데 본인이 어디 가야 해서 6시에 다시 전화를 달라고 했단다. 그런데 6시에 전화를 해보니 60대쯤 되는 할머니가 받으셨다. 할머니는 휴대폰 분실 지점 근처에서 보자고 하시며 사례금을 요구했다. 사례금을 드릴 생각이었는데, 막상 그렇게 대놓고 요구를 하니까 당황스러웠다. 찾아준 건 감사하지만 솔직히 젊으신 분도 아닌데 좋은 마음으로 돌려줄 수는 없는 건지 씁쓸했다. 게다가 갔는데 20분 넘게 안 나온다. 전화도 계속 연결이 안된다. 근처만 빙빙 맴돌다가 집으로 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에 패턴 잠금을 걸어놓은 것과 금융 쪽으로는 전혀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락처는 어느정도 동기화가 되어 있어서 괜찮지만, 사진은 속이 쓰리다. 휴대폰에서 그렇게 사진 백업 받으라고 경고했는데 결국 이지경이다.


최근에 엄마가 아파트 주차장에서 자동차 열쇠를 트렁크에 꽂고와서 잃어버렸을 때도 습득한 아저씨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었다. 남들처럼 휴대전화번호를 차 앞에 비치해 두었는데 문자로 알려주던가 아님 경비실에 맡기면 될텐데, 부재 중 전화 한통을 남겼다. 여기까진 납득할 수 있는데, 본인이 열쇠를 가지고 지방에 내려와서 못돌려준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사실 집에 열쇠가 있었다고 했다. 그럼 댁에 가서 가족분들을 통해 받아오겠다고 했더니 아내가 음악회를 가고 아이들은 집에 없으며, 본인은 갑자기 근처에 친구가 와서 술을 마시느라 줄 수 없고 다음에 주겠다고 했다. 다시 전화를 걸어 다음날 급히 써야 한다고 했더니 아침에 경비실에 맡겨두겠다고 말했다. 사례금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아무튼 좀 이상했다. 


개인적인 아쉬움이지만, 잃어버린 물건을 돌려받았을 때 분실자는 성의를 표하고 받는 사람들은 '뭘 이런걸 다..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는 훈훈한 시대는 이제 끝난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네이버에 휴대폰 사례금을 검색해보니 정말 별별 이야기가 다뜬다. 휴대폰을 잃어버린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기종 별로, 약정 별로 어느 정도 기준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거의 축의금 수준이다. 이미 떠난 물건에 마음쓰지 말고 앞으로는 절대로 휴대폰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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