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 교통의 이용

5박 6일 동안, 남들보다는 넉넉한 일정으로 지냈지만 교통수단은 트램, 버스, 홍콩의 지하철인 MTR로만 이동했다. 택시는 가격도 문제지만 왠지 빙빙 돌아다니며 바가지를 씌울 것 같았고, 스타페리는 선착장까지 가기 영 귀찮았다. 트램은 너무 재밌고! 우리나라 돈으로 300원(2.3달러) 정도 밖에 안한다!



내가 묵었던 호텔은 홍콩섬의 틴하우역 A1번 출구로 나와서 바로 보이는 호텔이었는데 주요 관광지들과 가깝게 위치했다. MTR로 치면 코즈웨이 베이에서 1정거장, 센트럴에서 4정거장, 그리고 바다 건너 침사추이도 4정거장이 소요된다. 일단 코즈웨이베이-완차이-센트럴-성완까지는 거의 일렬로 연결되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트램을 아무거나 타도 센트럴까지는 갔다. 아마 해피밸리 행을 제외하고는 성완까지도 가지 않을까 싶다. 홍콩에서 트램을 보자마자 너무 타고 싶었기 때문에 무작정 트램에 몸을 실었는데 목적지인 센트럴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다만 차로에 있다보니 교통신호를 지켜야해서 MTR보다는 오래걸린다. 그래도 트램을 타고 있으면 기분이 무척 좋아져서 종종 이용하곤 했다. 이 일렬로 연결된 동네는 사실 그렇게 크지 않다. 하루 마음먹고 숙소에서 성완까지 걷는다면 넉넉히 걸어도 3시간이면 되지 않을까 싶다. MTR로 5정거장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트램의 앞에는 종착지가 표시되어 있는데 센트럴쪽이야 관광지니 대충 보고 타면 되지만, 돌아올 때는 문제가 되었다. 내가 있던 숙소쪽를 지나서는 관광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이드북에서 보지 못한 낯선 이름들이 종착지로 되어있었다. 길거리에서 급히 머리를 굴려서 MTR 노선도를 보니 종착지와 같은 이름인 역이 있었고, 그것은 틴하우역보다 좀 더 지나서 있었다. MTR 노선도에 없는 종착지를 나타내는 트램도 있었지만, 그럴 때는 그냥 운에 맡기거나, 물어보거나 했다.




트램은 뒤에서 타서 앞으로 내린다. 뒤에는 예전 지하철에서 사용되었던 삼발이(?)가 있어서 뒤에서 밀어 닥칠 수가 없게 되어있다. 여기 사람들은 급하다고 밀 성격도 아닌 것 같지만, 아마도 안전 장치가 아닐까 싶다. 요금은 내릴 때 옥토버스카드를 찍거나 돈을 내면 된다. 거슬러 주는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없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잘사는 도시임에도 특유의 향내와 화려한 간판, 여기저기 진득한 색감, 칙칙한 색감의 벽장 아파트들은 빈티지한 느낌을 준다. 트램은 모양도 그렇지만, 속은 더더욱 빈티지해서 홍콩 자체가 하나의 영화 세트장처럼 보였다. 

트램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광고판인데 한 폭의 그림이 그려져 화려한 녀석들도 있고, 화려함을 넘어 유치한 녀석도 있고, 삼성의 터치위즈 광고도 보았다. 반면에 굉장히 심플하게 둔 채 브랜드 명만 부각시키려는 것들도 있었는데 주로 외국계 패션브랜드들이 사용하는 방법인 것 같다. 다양한 모습 덕택에 트램을 그냥 쳐다보기만 하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트램 뿐 아니라 홍콩의 수많은 이층버스들도 광고판 역할을 하지만 트램보다 속도도 빠르고 트램에 비하면 매력이 약간 떨어져서 나에게는 트램이 홍콩 최고의 광고판이었다.





홍콩에는 일본차가 많은 편이다. 여행자의 눈으로 보기에는 홍콩은 일본을 우호적으로 여기는 것 같고, 약간은 일본자본에 잠식(?)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둘은 의외로 비슷한 점이 종종 발견된다. 가장 눈에 드러나는 점은 운전석 위치. 오른쪽의 운전석이란 참으로 오랫만에 보는 것이었다. 운전석 위치가 그렇다보니 차도의 방향은 일본과 같다. 이러한 일련의 공통점들 때문에 일본차를 애용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택시는 도요타가 많았다.

택시는 대부분 빨간색을 칠했다. 이것도 어디서 왔는지에 따라 약간씩 다르다고 하던데 택시에는 그닥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돌아다니다가 지붕위에 택시푯말이 아닌, 홍콩관광지 중 하나를 축약시켜놓은 모형을 달고 다니는 택시를 발견했는데 그 모습이 꽤 귀여웠다.





MTR은 일단 우리나라 지하철과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에 매우매우 익숙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일단은 위에서도 언급했던 옥토퍼스 카드. 애초에 여행을 시작할 때 공항에서 빠방하게 충전을 해 두는게 좋다. 맥도날드, 세븐 일레븐, 그리고 피크트램을 탈 때에도 사용가능하다! 1000달러 정도 충전해 놓고 쓰는 사람들도 종종 보았다. 앞 사람이 카드 찍을 때 보면 잔액이 높은 경우가 많았다. 

홍콩 섬 내에서 이동할 경우에는 4.X달러 였는데 바다를 건너 침사추이나 뭉콕을 갈 때에는 9.9달러를 찍었다. 숙소에서는 4정거장이지만, 한번 왕복할 때마다 20달러씩 드니 가끔은 충전액을 확인해야 한다. 안 그러면 개찰구를 나갈때 크게 '삑!'하는 경쾌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처음에 홍콩섬 내에서 놀았을 때에는 교통비 워낙 싸서 돈이 남을 거라며 막 다니다가 당한 적이 있다. 홍콩의 충전소 구조를 좀 더 유심히 살펴보았으면 이런 모자란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MTR 내 유인충전소는 개찰구 옆에 붙어있고 구멍이 두개가 있는데 각각 개찰구 안팎에 있다. 그래서 충전금액이 모자랄 것 같다 싶으면 개찰구 안에 있는 구멍 앞에 서서 옥토퍼스 카드와 함께 돈을 내밀면 되었다. 사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보증금이 깎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무임승차는 아니다.

이동네 에스컬레이터는 무척 빠르다. 그래서 늘 손잡이를 잡게 되었다.





스크린 도어는 모든 역에 설치 된 것 같다. 각각의 역마다 고유한 특징이 있었고, 어떤 역은 메인 컬러가 있었는데 틴하우는 강렬한 주황색이었고, 코즈웨이 베이는 연보라였다. 이것을 뒤늦게 알게 된 터라 다른 역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조금은 아쉽다. 

MTR이나 역 자체의 사이즈는 우리나라보다 작다. 붐비는 역에 가면 사람들이 줄을 서는데 그것이 조금만 길어져도 역이 사람들로 꽉 차게 되었다. 지하철의 내부도 높이가 낮은데 166이 조금 안되는 내가 손을 뻗으면 천정에 손이 닿았다. 그것도 가장 높은 한 가운데를 터치할 수 있었다! 더운 나라 사람들은 통계학적으로 키가 작기 때문인지 홍콩사람들 역시 그닥 큰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은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다만 키 큰 외국인들은 구부정한 자세로 있었야만 했다.





홍콩은 이동 수단 내에서 먹거나 마시지 못하게 되어있다. 외국인 꼬꼬마가 물을 마시는 것을 보긴 했지만 사실 지하철 내부에 CCTV가 있는 것도 아니니 걸릴리는 만무하다. 다만 이곳의 상식적 행동인 것 같다. 버스나 배에서도 위와 같은 마크를 볼 수 있다. 아마 트램도 동일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트램을 타고 빵쪼가리를 뜯어먹는 밉상 여행객의 행동을 했었다. 

담배의 벌금은 $5000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쳐도 70만원을 넘는 돈이다. 좀 과하다 싶기도 하지만 그 덕분에 모든 사람들이 잘 지키는 것이 아닐까.




귀여운 소형버스다. 마을 버스 같아 보이지만 이동길이로 따지면 일반 버스와 다를 바가 없는, 그냥 작은 버스일 뿐이다. 코즈웨이베이에서 스탠리로 갈 때 한 번 이용했었다. 이 녀석도 당연히 옥토버스 카드가 되고, 학원차나 외딴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소형 버스와 비슷하다. 한 15명정도 탈 수 있는 것 같다. 차의 앞부분에는 현재 속도를 나타내는 작은 전광판이 있다. 차가 작아서 그런가 다른 승객들과 같은 목적지를 공유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오히려 그러지 못해서 외로운 버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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