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


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뒤통수를 쎄게 얻어맞은 적이 많아서, 사람들에게 잘 기대하지도 않고 누군가 나에게 기대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래서 연애할 마음도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심지어 외롭다는 감정을 이해하지도 못했었다. 할 것도, 가야할 곳도, 하고 싶은 것도, 공부할 것도 너무 많아서 시간이 없었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돈도 없었다.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최고의 방법이 연애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다. 인생의 기회 비용이란, 특히 그 나이때는 좀 더 창의적이며 새로운 것, 안해본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살았다. 그런즉슨, 지금의 나는 연애 경험이 거의 전무한 상태라는 것.

지금의 연애는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항상 남의 연애를 방관하던 위치에 있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생각처럼 잘 안된다. 테트리스를 할 때 가끔씩 실수로 혹은 어쩔 수 없이 구멍이 나는 것처럼 그렇다. 그동안 살아온 습관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른데, 친구일 때는 그러려니 했던 것들이 내 사람이라니까 조금 더 비슷했으면 좋겠다. 친구일 때는 단답형으로 대답해도 아무렇지 않았지만 지금은 무슨 일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도 그렇다. 연락이 오면 그저 좋았던 시절은 가고 이제 연락이 오지 않으면 무슨 일 있는지 걱정이 된다. 그러다가도 가끔 연락을 쉬고 싶지만 기다릴까봐 연락을 하는 것도 그렇다. 이제는 점점 기대를 하고 나 역시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져가나보다.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 없이 시작한 것 같았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새로운 우주를 하나 만난 것과 다름이 없고 그것은 오랫동안 알아온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행복하지만 불안하고 편안하지만 마냥 휴식같지는 않다는 것을 꽤 늦은 나이가 되서야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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