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키크롬로프] 작은 동화 속 마을

프라하에서 체스키크롬로프를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했다. 한국에서 다들 프라하-체스키크롬로프편 버스를 예약하고 가야한다해서 프라하에 갈때까지만 해도 갈까말까 그랬지만, 역시 비수기의 힘은 이럴 때 발휘한다. 그 전날 Florence역에 예매하러 갔더니 아침 7시 - 오후 3시 편을 예매할 수 있었다. 가격은 360코룬. 

그러나 나는 그가 버스를 타는 곳은 다른 역에 있다고 말해준 걸 깜박 잊어버리고 말았다. 심지어 표에 써주었는데도. 아침 6시에 숙소에서 나가서 플로렌스역까지 여유있게 걸어갔는데, 뭔가 아닌거 같은 느낌인 것이다. 물어보니까 ANDEL역이라고.. 플로렌스 역과 5정거장 떨어져 있었다. 프라하 구시가지와는 약간 떨어진 곳이었다. 당황한 나는 미친속도로 그 역을 향해 갔는데, 역 근처에 버스정류장이 안보이는 것이다. 역시 역에 내려서 바로 있지는 않았다. 기억에는 한 두-세블럭정도 직진한 거 같다. 내가 역 입구를 잘못 선택한 것도 있는 것 같지만, 그때 워낙 당황해서 기억은 안난다. 결국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빠른 속도로 뛰어 겨우 찾아갈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말 기적같은 일이었다.

스튜던트에이전시 버스는 버스의 신세계를 제공해주었다. 버스에 화장실이 있었다!!!!!! 그리고 비디오나 라디오, 잡지 제공에 음료 제공까지! 3시간동안 달리는데, 중간에 체스키부데요비치라는 곳에 정차해서, 내릴 사람은 내리고, 새로운 사람들이 탑승한다. 날씨 탓인지 몰라도 창밖에서 바라본 그곳은 뭔가 음산하고 무서운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렇게 열심히 달리다보면, 어느덧 체스키크롬로프에 도착했다.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에 지정되서 어느덧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게 되었다고 한다. 날이 워낙 흐려서 버스에 내리자마자 느낀 점은 참 춥다라는 생각 뿐이었다.



체스키크롬로프의 마을지도.





버스정류장에서 천천히 걸어서 내려오면, 이 작은 도시의 중앙광장, 스보르노스티 광장이라고 하는 곳이 나타난다.





스보르노스티 광장 한 켠에는 이런 땐스클럽이!!





이 곳은 바닥이 이렇게 생겨서 왠만한 운동화를 신어도 은근히 발목이 많이 꺾이기 때문에 무리해서 걸으면 발목관절이 아프고 잘못하면 삘 수도 있다. 나도 걸을 땐 괜찮았는데 숙소 돌아가니까 좀 욱씬욱씬했다.





이발사의 다리. 라트반 1번지에 이발소가 있어서 그렇다하는데, 나름 이발사 딸래미와 루돌프 2세의 서자와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가 있는 곳이었다.





다리에서 바라본 체스키크롬로프 성.





여기도 성의 일부분인데, 언덕과 언덕을 연결하는 다리같기도 했다.





성 밑부분인데 아주 신기했다. 밑에 커다란 바위와 성이 합쳐진 것처럼 보인다. 아니면 돌을 깎아 성을 만든 것 같은 느낌이랄까. 건축은 잘 모르지만 하여튼 이상하다. 한국인 가이드팀에서 귀동냥해서 들었는데, 긴 막대같은 곳에서 응가가 떨어진다고 그랬다.





길에서 만난 체코의 빵 뜨르들로. 속에는 비었다. 달면서 바삭바삭한게 아주 맛있었다. 파는 집이 계단을 사이에 두고 윗집과 아랫집이 있는데, 민박집 사장님께 여쭤보니 윗집이 더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체스키 성의 입구.





성의 안쪽은 별로 볼 것은 없었고, 성이 높기 때문에 체스키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았다. 높은 곳에는 정원이 있었는데, 아직 추워서 푸릇푸릇하지는 않았다.





사진에서 보이는 왼쪽 탑에 올라갈 수 있다. 기억에는 코룬으로 1유로 정도되는 값이었던거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가이드북에 나와있었던 부데요비체문. 엄청 오래된 문이다.



체스키크롬로프의 구시가지가 워낙 작아 투어는 이렇게 끝이나고, 그 밖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주로 사람들의 거주지역이었다.



체스키에서 만난 귀여운 마티즈. 유럽에서 보니 괜히 좀 더 예뻐 보이는 듯 했다.





마을이 영화 세트장같았다. 중심부에 비해 훨씬 덜 낡았고, 더 아기자기한 모습.





독일문화권에 워낙 오래 있어서 그런지, 나에게는 감탄할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간날은 워낙 춥고 비가와서 그럴 수도 있지만. 사실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에 지정된 이유는 마을 자체의 아름다움보다는 저 성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굳이 여기가 아니라도 독일이든 체코든 빨간 지붕의 마을은 많으니까 말이다. 

하여튼 여행은 개인차가 너무 크다. 어떤 사람은 너무 좋았던 그곳이, 어떤 사람에게는 별로일 수도, 혹은 최악일 수도 있다. 여행을 하거나 계획할 때 사람들의 경험을 참고하는 것은 좋지만, 역시 소신껏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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