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산책처럼

전날 야경다니면서 보고, 또 반나절을 돌아보니 갈만한 곳이 없었다. 프라하는 뭐랄까.. 분위기는 좋았는데, 들어가보고 싶은데가 없었다. 오전과 달리 오후에는 날씨가 너무 맑아져서 그냥 다시 한 번 가볍게 돌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사진을 보면 프라하에 이틀 쯤 있었던 것 같다. 바츨라프 광장에 가면서 날씨가 점점 좋아졌다. 박물관도 안 갈꺼면서 굳이 바츨라프 광장까지 간 이유는 환전소 때문이었다. 1유로에 25코룬에 해줬는데, 알고보니 상당히 잘 쳐준 가격이었다. 시내에서는 너무 많이 떼먹는다. 심지어 120코룬정도 가져가는데도 봤다. 그리고 뭐 지금은 쇼핑거리지만, 체코의 민주화항쟁, 프라하의 봄이 일어난 곳이기도 해서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구시가지 관광지 뒷편으로 작은 재래시장 비슷한 곳이 있었다. 기념품가게는 거의 없이 정말 채소와 야채 등을 파는 일반 시장이었다. 여행하면서 이런 시장구경이 제일 재밌는 것들 중 하나였긴 하지만, 왠지 시장에서는 여행객이 아닌 스스로가 이방인처럼 느껴져서 막상 구매할 때는 망설여지곤 했다. 사실 채소나 과일을 들고다니기엔 좀 무리가 있긴 하다.





구시청사 시계탑. 1410년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계산해보면 올해로 딱 600년 되었다. 저기서 인형들이 튀어나온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시간을 못맞춰서 보지는 못했다. 여행 중에 만난 여자분이 동영상을 보여주셔서 그걸로 위안을 삼았다.





그 유명한 틴 성당. 개인적으로 체코에서 본 건물 중 가장 체코스러운 건물이었다. TV에서 언뜻언뜻 프라하를 보여줄 때 느꼈던 이미지와 상당히 닮아있었다. 





미쿨라슈 성당. 하얀색벽이라 오전에 흐릴 때보다는 맑은 하늘과 훨씬 잘 어울렸다. 여행이 슬슬 중반기에 접어들자 성당 내부는 잘 들어가보지 않게 되었다.





프라하성에 다시 올라 프라하의 전경을 담고싶어서 또다시 카를교를 건넜다.





그러다가 이런 정원을 발견했는데, 프라하성과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 조금 쉬었다 가려고 머무른 곳인데, 프라하 구시가지에 비하면 상당히 한적했다.




이곳의 한적함에 너무 빠져들어서 결국에는 프라하성을 가지 않았다. 괜찮다. 엽서를 샀으니까. 그리고 여행은 뭔가 아쉬움을 남겨두어야 나중에 또 올 수 있을 것 같다. (여러모로 여행은 자기합리화능력만 발전시키는 것 같다..)





카를교의 조각상. 모조품이다. 진품은 박물관에 있다고 들었다.





카를교에서 만난 귀엽게 춤추는 인형. 나름 보는 재미가 솔솔해서 결국 주머니 속의 코룬 동전을 탈탈 털어서 넣었다. 

어차피 체코만 빠져나가면 코룬은 다시 쓸모없어진다. 체코가 원래 물가가 싼 도시였으나(민박도 타도시에 비하면 저렴했다), 유로화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물가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유로화를 사용하니 어딜 가든 유로화도 받아주는데 코룬보다 좀 더 비싸게 받는다. 그래서 짧게 머무를 때는 굳이 환전할 필요가 없어 여행객 입장에서는 편하긴 한데, 정작 자국민들은 어떨지 궁금하다. 한창 남부발 경제위기 때문에 유로화가 1400원 대까지 하락하는데 물가는 유럽 주요국에 맞추어 오르니 경제를 잘 모르는 나로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꼭두각시 인형(줄인형)에 이어 체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기념품, 러시아인형이다. 알고보니 우리 어므님이 상당히 좋아하는 선물이었다. 한국에 돌아오고나서 우연히 벼룩시장에서 러시아인형을 만났었는데, 엄청난 구매욕을 보이셨다. 우선 다른거 구경하고 다시한번 갔는데 이미 팔려서 꽤 아쉬워하셨었다. 그리고 왜 이거 안 사왔냐는 귀여운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관련된 물건이나 광고를 보면, 기업에 선호도에 상관없이 신기하고 왠지 애국심이 불타오르면서 굉장히 자랑스러움을 느낀다고 하던데 그 기분이 뭔지 이번에 알았다. 그래서 외국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고 하나보다.





이름하야 춤추는 건물. 내 사진도 춤을 추었다. 왠지 이런 건물은 이런각도가 어울려보였다. 여행가기 얼마 전 한국에서 우연히 이 건물의 사진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체코에 있는줄도 모르고 어디서 많이 봤다 싶은 건물이 막상 눈에 띄니까 그냥 웃음이 나왔다.

이 건물을 보고나니 슬슬 민박집에 밥먹으러 가야할 시간이 되었다. 독일에서 밥때문에 힘든 기억 때문에 최대한 한식을 먹겠다고 결심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까!


이미지 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