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크] 대학도시다움

열차를 타고 하이델베르크 성까지 올라갔지만, 훨씬 더 가파른 선로가 보이길래 쓸데없는 호기심이 생겼다. 결국 다시 열차를 탔는데, 10유로가 넘는 금액(!) 추가로 또 내야 했었다. 하이델베르크카드 살때 받은 산악열차티켓은 오직 왕복용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이미 올라가버린 그 곳은 독일을 더 멀리까지 볼 수 있는 전망대 같은 곳이었고, 30~40분정도 걸리는 산림욕코스가 있었다.






사실 이 코스가 원형으로 되어있는지 모르고, 산 깊숙히 들어갔을땐 망했구나 싶었다. 사람이 없었다. 갑자기 귀신같은 꼬맹이들 두 명이 튀어나왔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그래도 어디까지 가나 한번 해보잔 심정으로 끝까지 갔었긴 했지만.. 다행히 30분 뒤에 산악열차 타는 곳으로 돌아왔다.



산을 무사히 내려온 뒤 하이델베르크의 마지막 코스, 철학자의 길을 향해 갔다. 많은 학자들이 사색에 잠기면서 걷던 길이라 '철학자의 길'이라고 가이드북에서 읽었던 것 같은데 초입부터 계단+오르막 작렬이다. 하지만 길이 시작되면 성에서 본 것과는 또 다른 풍경의 하이델베르크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이 길을 걸을 때 우산없이 비가 많이 와서 좀 힘들었다. 나도 사색에 잠겨보고 싶었건만 날씨는 계속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사실 날씨는 계속해서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철학자의 길 주변은 완전히 주택가였다. 아주 살짝, 한국의 정갈한 고급동네와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소문대로 독일은 참 깨끗했다. 그렇다고 사람사는 냄새가 안나는 것도 아니다. 그 곳에는 아이와 즐겁게 놀아주는 아버지도 있었고, 손잡고 걸어가는 노부부도 있었다.





점점 비가 엄청나게 퍼부어서 철학자의 길을 빨리 내려온 뒤 다시 이 도시의 1번지 하우프트거리로 나섰다. 열차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식사를 하려 레스토랑을 찾았다. 하지만 이 날은 일요일. 그것도 '부활절'이 포함된 일요일 중의 일요일이었다. 유럽사람들이 일주일간 쉬면서 여행을 떠난다는 그 유명한 부활절 휴가주간이었다. 그러나 음식점들은 간간히 연 곳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를 들어갔는데, 밥도 제공되는 식당이었다! 메뉴도 다 맛있게 보여서 고르다고르다 노란쌀이 들어간 생선구이를 골랐는데, 정말 맛있었다. 쌀은 한국쌀 같지도, 그렇다고 동남아쪽의 날림쌀(?)같은 것도 아닌 그 중간 쯤에 위치했는데 고슬고슬해서 좋았다. 생선은 그 소스가 매우 독특했고, 오동통했다. 가격도 저렴했다. 생각해보면 돌아다닌 모든 도시들 중에 물가가 가장 낮았던 곳이어서, 대학도시란 명칭에 걸맞는 것 같다. 

정신없이 먹고 나오니 날씨가 이렇게나 맑아졌다. 여긴 일기예보가 필요없다. 그냥 우산은 필수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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