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크] 아름다운 대학도시

파리에서 7시 4분. 불꽃같은 ICE열차를 타고 만하임까지 가서 12시 반쯤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하였다. 한국에 있었을 때,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호스텔에서 1박을 하려고 했지만 예약을 제대로 안하고 왔었다. 사실 예약을 하긴 했는데 메일이 스팸문자함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제때 답변을 못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하이델베르크 여행은 정말 망할 뻔했다. 부활절 주간+방학 때문에 유럽내 온동네 학생들이 여행중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겨우겨우 숙박은 Mixed Room으로 잡혔다. 첫 호스텔부터 믹스려니 걱정도 됐지만, 결국 완전 Female room이 되었다. 우선 짐을 내려놓고 탐방을 시작하기로 했다.



하이델베르크의 자전거떼. 이 근처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다. 하이델베르크카드 2일권을 구매했는데, 가이드북에 17유로라고 나와있었다. 하지만 13유로였다! 가이드북이 100%믿을 게 못된다는 걸 이때 깨달았다. 하이델베르크카드 2일권은 교통권(완전무제한) 및 각종 입장료 무료다. 1일권보다는 혜택이 더 많다. 예를 들면, 하이델베르크성이나 학생감옥은 2일권은 무료인반면, 1일권은 티켓을 끊어야된다. 사실 1일권이 무료인건 교통편을 빼고 몇 개 없는 것 같다. 그래도 하이델베르크성 가는 산악열차는 1일권도 무료로 탈 수 있다. 하이델베르크 카드를 샀을 땐 1유로짜리 한국어가이드북도 그냥 줬다. 이 녀석 생각보다 꽤 도움이 된다. 돌아다니다 보면 오랫동안 볼거리는 없기 때문에 '심심한데 박물관이나 한 번 가볼까?'라는 생각이 들 때의 경우랄까. 그리고 한 가지 경우가 더 있는데 그건 뒤에서 소개.

하이델베르크 카드로 트램이나 버스 탈 때는 그냥 기사님께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개표나 뭐 몇 번 탔는지 그런 것도 없다. 꽤 먼 이웃도시까지 가는 700번대 버스도 탈 수 있다. 버스를 잘못 타서 다녀와 본 경험에 의하면 그렇다. 어쨌든 굉장히 따뜻하며 인심 좋은 느낌이다.



굳이 이동하기 귀찮게 하이델베르크를 넣은 건 "대학도시"라는 로망 때문이었다. 인구의 1/3이 대학생이라고 하고, 애니 "몬스터"의 영향 또한 컸다. 하지만 이거슨 쇼핑의 거리. 책방과 카페, 가벼운 음식점이 주로 있을 것 같다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한국이나 독일이나 대학가는 역시 번화가로 바글바글해야 제맛인가 보다.






학생감옥은 골목에 있었다. 이 동네는 책자에 박물관 등이 많다고 소개는 되어있지만, 하나도 드러난 것이 없고 전부 숨어있거나 그냥 일반 가게들 사이에 녹아있다. 그래서 몇 번이나 지나쳤는데도 못 찾았다.

학생감옥만 있는 것은 아니고 옆에 박물관과 기념품샵도 같이 있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받은 가이드북의 또 다른 유용성은 바로 여기서 발휘되었다. 분명 하이델베르크 카드 2일권 소지자는 박물관이 무료인데 아니라며 돈을 내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너희가 준 가이드북에 써 있다며 보여줬더니 그러냐며 통과시켜주었다. 아무튼 뭔가 이상하게 허술하다.

학생감옥은 예전에 나쁜 짓을 한 학생들을 가두던 감옥이었는데, 점점 그 곳에 들어가는 것이 학생들 사이에서 하나의 명예(?)스러운 일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 날탱구리 학생들이 감옥에서 술먹고 파티하면서 그린 낙서들인데 예술작품 수준이다.



유럽관광지와서 처음 한국어 본 것이 이런거라 창피하고 씁쓸했다. 일본어나 중국어는 없으니 더더욱 그렇다.





하이델베르크 성까지 바로 직행하는 산악열차를 타는 곳이다.





이 풍경을 보면서 하이델베르크가 왜 그토록 아름답다고 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어서 쉽게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성 주변을 돌아다니며 하이델베르크가 가장 아름답게 내려다 보이는 최고의 장소를 찾느라 시간을 보냈는데, 나름 즐거운 일이었다.

엽서를 보니 가을에는 단풍이 들어 100배는 더 아름다워지더라. 언젠가 가을에 꼭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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