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에펠탑,개선문,샹젤리제거리와.. 분노의 몽마르뜨 언덕


뾰족하다.

높다.

진짜 크다.

생각보다 볼만하군.





참 많은 곳에서 보이지만, 여기 사이요궁만큼 멋지게 보이는 곳은 없었다. 왜 가이드북에서 사이요궁을 가라고 했는지 알것 같았다.그래서 관광객이 많다. 에펠탑 모형을 파는 흑형들도 많다. 에펠탑 모형은 별로 안 끌렸고, 모자위에 작은 우산 달린 게 있었는데 그게 탐이났다. 하도 비가 찔끔찔끔와서 우산쓰기가 너무 귀찮기 때문이었다. 

에펠탑을 올라가는 것은 접었다. 아침 9시 40분쯤 도착했는데도, 줄은 내가 2시간이나 기다렸던 노트르담성당의 5배는 족히 되었다. 여행 다니면서 에펠탑 올라가봤다는 사람 사실 한명도 못봤다. 왤까.









에펠탑 밑에서 프랑스 청소년이 아닐까.. 사실 도저히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그룹이 우렁찬 연주를 하고 있었다.



연주실력이 뛰어난 건 아니었지만, 정말 아주아주 흥겨운 무대였다. 아기코끼리같은 춤도 추고, 한명씩 나와서 재주도 뽐냈다. 뭔가 굉장히 유럽스러운 분위기에 엔돌핀이 솟아났다.





또다시 흐려진 파리. 정말 날씨를 종잡을 수 없다. 다소 아쉬운 상태로 개선문까지 걸어갔다. 

파리에서 높은데 올라가라면 개선문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우선 에펠탑보다는 줄이 짧다. 노트르담과 비슷하거나 더 짧아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안올라갔지만.. 여행 중에 만난 분이 개선문에 올라가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오아오아 하며 탄성을 질렀었다. 해가 약간 남아있는 야경사진이었는데, 개선문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도로가 깔려있기 때문에 가로등과 차의 불빛들이 8방향으로 뻗어나가며 반짝반짝했다. 파리다운 느낌이랄까.

+ 파리가 해가 상당히 늦게지는 편인데도 그런 저녁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을 추정해 볼 때 개선문은 꽤 늦게까지 여는 것 같다. 보통 다른 전망대들은 5~6시면 문을 닫는다.





혼자서 전자매장, 옷가게들 들어가보며 샹젤리제 거리를 돌아다녔다. 뭐든 사고싶은 욕구가 충만해지는 길이다. 결국 이 길에서 티셔츠를 하나 사고, 100년 넘은 빵가게에서 애플쨈이 든 빵을 사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빵은 역시 파리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샹젤리제 거리 구경을 마치고, 몽마르뜨 언덕에 올라가려고 떠났다. 지하철에서 나오니 폭풍우가 쏟아졌다.





바람이 정말 심하게 불어서 우산이 뒤집어지고, 바지와 신발은 다 젖는 바람에 분노를 느껴서 후다닥 돌아보고 몽마르뜨성당 근처를 갔다. 성당 밑에 계단도 있다는데 그쪽으로 갔다간 우산이 으깨질것만 같았다. 나중에 검색해서 사진을 보니까 파리가 내려다보이는 정말 멋진 곳이었던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정말 매 순간이 운이고 인연이며 찰나같은 것이어서 날씨와 사람, 환경과 같은 여러가지 조건에 의해 목적지에 닿을 수도 못 닿을 수도 있었다. 닿게 되더라도 그 조건이라는 놈은 항상 쫓아다녀서 똑같은 장소라도 사람마다 기억하는 감정들이 달라지게 만든다. 주저리의 결론은 그냥 운이 없었다는 것.

그나마 저녁에 "무료로" 루브르를 갔기 때문에 분노는 풀렸다. 수,금 6시이후 무료인데 나이제한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국제학생증은 보여줬었다. 어차피 이름도 모를 작품 찍어서 뭐하냐는 마음가짐때문에, 박물관 외관만 조금 찍을 요량으로 필름카메라로 가져갔다. 첫번째 롤은 나왔는데, 두번째 롤은 문제가 생겨서 현상에 실패했다. 진짜 너무 아쉽지만, 어쨌든 사연은 이렇다. 민박집에 만난 동갑내기 여자분과 같이 가기로 약속을 하면서 박물관의 피라미드 입구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내가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는 도중에 마테옹이라는 할아버지와 1시간 동안 바디랭귀지 하면서 친해졌는데(할아버지는 영어를 전혀 못하셨다. 물론 나도 프랑스어는 봉쥬르가 전부) 그 할아버지 사진이 전부 그 필름 속에 있었다. 길 물어본 것을 제외하고는 생전 처음 말튼 외국인이었는데. 사진이 없으니까 왠지 외국인을 만나서 이야기 한 것이 다 꿈 같아져버렸다.


박물관은 무지막지하게 컸다. 농담식으로, 루브르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여기 지금 어디냐, 나 어디있는거?"라는데 나 역시 그말을 제일 많이 했다. 그래도 한국어로 된 내부지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돌아다닐 만 했다. 그러나 작품의 영어설명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의 예술적 식견은 아주 점같은 것이어서, 모나리자와 나폴레옹 대관식,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만이 제목을 아는 유일한 작품이었으니 참 적응이 안됐다. 그래서 8시 쯤 그냥 나왔다. 세계 최고의 박물관에 발도장 찍은걸로 만족한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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