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벚꽃축제


말로만 듣고 소문으로만 듣던, 사람만 구경하고 돌아온다는 윤중로 벚꽃 축제를 처음 갔다. 학교다닐 때는 어린이 대공원으로 갔었는데, 이마저도 늘 시험기간과 겹쳐서 제대로 축제를 즐겨보지도 못했고, 2009년도 이후에는 아예 가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둘러엎고 나간 것이었다. 가는 방법은 당산역, 여의나루역, 국회의사당역 등이 있는 것 같은데 검색하다보니 국회의사당역이 가장 가까웠다. 역 내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굉장히 혼잡했고, 개찰구에서 나가는데만 20분 가까이 소요됐다. 차라리 당산역에서 걸어오는 것이 더 나았을 뻔했다.

D언니은 머리 끝에만 웨이브를 돌돌만, 내가 무지 좋아하는 머리스타일로 나를 맞아주었다. 우린 역에 나가서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못잡아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향하는 곳으로 쫓아갔다. 큼직큼직한 길을 알 때는 스마트폰이 좋지만, 그냥 걸을 때는 사실 사람들 쫓아가는게 최고다.

윤중로 벚꽃나무들. 정말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벚꽃나무들과 다르다.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자랑하기라도 하듯 굵은 기둥과 풍성한 잔가지에 꽃을 주렁주렁 달았다. 바로 옆에는 한강을 끼고 있어서 시원한 강바람도 분다. 굳이 벚꽃 때문이 아니어도 길 자체가 아름다운 곳이다. 여름에 한 번 걸어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수많은 잎들이 그늘을 만들어주고, 강바람 때문에 덥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가지를 꺾어서 귀에 꽂은 사람들 때문에 기분이 나빠졌다. 1년에 한 번 밖에 볼 수 없는 풍경인데 다 같이 보면 좋으련만 낮게 내려온 가지에는 꽃이 하나도 없고, 꽃 하나 꺾겠다고 나무에 올라가는 사람들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 심지어 벚꽃으로 꽃다발을 만든 사람들도 봤다.

주말 밤에는 8시 20분부터 25분까지 불꽃놀이가 열렸다. 꽤 오랫동안 걸은지라 명당자리를 잡아서 보는 것은 포기하고 당산역으로 걸어가다가 뒤돌아서 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낮은 위치에서 폭죽이 퐁퐁 터졌지만 붉게, 노랗게, 파랗게, 하늘을 수놓은 불꽃은 매우 아름다웠다. 불꽃놀이도 즐기고 벚꽃도 보고 정말 오래간만에 D언니도 보았으니 일석삼조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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