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의 피크닉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했으나 태생이 경기도인이라 서울은 늘 새로운 나님. 그리고 서울 쯤은 집구석 같은 가족들과 원효대교 라이프.



한강에서 디비디비하다보니 조금 심심해져서 연과 캐치볼 세트를 사왔다. 왠지 잘 날 것 같은 독수리 연을 사고 싶었는데, 태극기 연만 남았다. 하늘에는 죄다 독수리 연이었고 우리 연만 태극기였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낮게 날았다. 그냥 줄만 술술 풀면 날아가는 줄 알았는데 짜식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풀었다 감았다 땡겼다 놓았다 하면 된다는데 자꾸 실타래를 감고 있었다.





한강 피크닉 도중에 멀리 남산이 보였다. 10년 전, 남산으로 소풍 간 적이 있는데 그때가 내 인생의 최초이자 마지막 남산 탐험이었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그렇게 해서 한강라이프를 마무리 짓고 급 남산탐험대로 변신하였다. 예비 제부님의 차를 타고 한강 다리를 건너 남산 케이블카 주차장으로 갔다. 지하철로만 다니던 서울을 차로 이동해보니 갑자기 정말 매우매우 차를 갖고 싶어졌다. 막히지만 않는다면 지하철로 다니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도 있고, 드라이브 하기에도 꽤 좋은 풍경이었다.

우리는 개 때문에 케이블카 타는 것을 포기하고 삼순이 계단부터 걸어 올라갔다.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계단수가 많아서 한강에서 자다가 집에나 갈껄 생각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정상에 가면 꼭 딸기스무디를 먹겠다고 결심했다. 늦더위 때문에 밤인데도 후덥지근했고 올라가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남산 타워에 콜드스톤이 있었는데 콜드스톤은 경기도에서 먹고 자고 일하는 내 생활 동선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음료를 파는 줄은 몰랐는데 딸기 스무디가 6000원이나 했다! 아무리 관광지 프리미엄이라도 이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이었기 때문에 콜드스톤은 이제 나에게 $_$로 인식되었다. 기념품점도 살짝 돌아봤는데 외국에 비해 결단코 저렴하지 않았다.

추석의 서울의 야경은 밝음이 약했다. 평일 같았으면 야근하느라 고층 빌딩의 불이 화려했을텐데 많이 꺼져있었다. 아마 많은사람들이 고향에 내려가 있어서 빈 집이 많을 터라 그랬을 수도 있겠다. 앞으로도 평일의 고층 빌등이 많이 어두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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