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롯데월드

설연휴는 수요일부터지만, 나는 화요일부터 쉬게 되었다. 이 정말 귀한 하루를 어떻게 쓸까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놀이동산을 가기로 결심했고, 친구들에게 계속 퇴짜를 맞다가 결국 네이트온에 있던 동기에게 롯데월드를 가자고 했다. 사실 우리는 휴대폰에 서로의 번호조차 저장되어있지 않은, 그런 이상한 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는 쿨하게 OK해주었다. 

우린 낮에는 샤갈의 작품을 감상하며 교양을 쌓다가 4시에 시작하는 야간을 이용했다. 워낙에 오랜기간동안 놀이동산을 가보지 못해서, 엄청난 환상들이 내 머리속에 가득했다. 기억속의 롯데월드는 엄청나게 컸고, 놀이기구는 타도타도 끝이 없었으며, 사람들도 바글바글했다. 하지만 2011년의 놀이동산은 꽤 작게 느껴져서 돌아다니느라 피곤하지도 않았고, 평일이라 그랬는지는 몰라도 날씨가 풀렸는데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우린 아틸란티스를 시작으로 자이로 스윙, 자이로드롭을 탔다. 아무래도 시작부터 너무 쎄게 나간 모양인지 무섭다못해 짜증이 폭발할 지경이었고, 안전벨트를 맬 때마다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셋중에 최고봉은 역시 자이로드롭이다. 자이로드롭은 떨어지는 걸 볼때는 정말 빠른 것 같은데, 왜 내가 탈때는 떨어지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중간에 눈을 떴는데 왜 내가 아직까지 떨어지는걸까 싶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점점 즐기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이킹이 이렇게 시시했나 싶었고, 후룸라이드, 후렌치레볼루션은 정말 재밌었다. 바구니를 열심히 돌려서 가장 빠른 속도를 내기도 했다. 하하하. 

우린 겨우 4시간만에 탈만한 것들은 모두 탔다. 가기 전에 아틸란티스를 또 타려고 갔지만, 9시가 넘어서 운행이 중단되었다. 근처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서 소음 때문에 그랬다나 뭐라나. 그래도 자이로드롭 마지막 운행은 놓치지 않았고, 또 25m 상공에서 낙하당했다.

집으로 가기 전에 왠지모를 아쉬움으로 신밧드의 모험과 회전목마를 탔다. 어릴적에는 신밧드의 모험이 상당히 무서웠고, 뚝떨어지는 구간에서 참 철렁했던 것 같았는데 그도 그런 소리를 했다. 다만 어제는 좀 묘했다. 마치 예전에 다녔던 초등학교 운동장의 철봉에 매달린 기분이랄까. 앞에 탔던 아이들도 분명 지금은 무섭겠지만, 20년 뒤에는 아마 오늘을 생각하면서 나와 비슷한 기분을 느끼겠지. 역시 놀이동산은 꿈과 희망 뿐 아니라, 추억 또한 돌려주는 어메이징한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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