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안 레스토랑


평범한 음식점이 너무나도 지겨워졌다. 평범한 회사원들이라면 아마 다들 그래그래 동감할, 고기집이니 호프집이니 하는 곳들 말이다. 고기를 너무나도 사랑하긴 하지만 소주포스터가 잔뜩 붙은 회식용 음식점을 떠나 새로운 곳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바로 이 하와이안 레스토랑, '봉주르 하와이'다. 이글루스 음식 밸리를 떠돌아다니다가 알게 된 곳인데 거대한 밀짚 파라솔에 반해서 꼭 가야지 결심했었다. 우리 모두 꽃목걸이라도 하고 가야하는 건 아닌가 잠시 고민이 들었다.


표백된듯한 인위적인 무지개 파라솔과 자세히 보면 뭔가 이상한 밀짚 파라솔이 있지만, 매우 탐이 났던 이국적인 간판과 식물들 덕분에 번화가에서 멀리 분리된 듯한 느낌이 든다. 하와이도, 동남아도 가보지를 못해서 이 분위기가 해변가의 그것과 맞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분위기 하나만큼은 베리베리굿이다. 우리는 4시 반쯤에 도착했는데 식사는 5시부터 주문이 가능해서 음료수를 시켜 홀짝홀짝 마셨다. 가장 이국적인 음료수를 마시겠다며 열심히 골랐건만 그 음료는 주문이 안된다해서 시소소다를 시켰다. 시소라는 과일이 있는 모양인데 오미자차랑 맛이 거의 똑같다. 그 때까지만 해도 사람이 별로 없어 조용하고 비도 뜨문뜨문 내려서 분위기가 좋았는데 5시쯤 되니 사람들이 마구마구 들어와서 주변 테이블이 꽉 찼다. 그리고 우쿨렐레 공연이 시작되었고 갑자기 엄청나게 시끌벅적해져서 대화할 때 크게 소리를 질러야 했다. 우쿨렐레 연주가 좀 더 은은한 느낌이면 좋았을텐데.


5시가 되지마자 음식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생각보단 맛이 괜찮았다. 분위기 독특한 곳 치고, 메뉴판에 음식 종류가 많았던 곳 치고음식이 맛있었던 적이 별로 없었던지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사실 치킨이 제일 맛있었는데 뭔가 뜻밖이었다. 피자집인데 피자보다 스파게티가 훨씬 맛있을 때 느낄만한 당혹감이랄까. 어쨌든 꽤 뛰어난 식성을 자랑하는 사람들답게 빠르고 맛나게 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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