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목공질


오랫만에 재개한 목공질. 

돈과 시간, 체력이 많이 필요하고 가구를 옮길 차 한 대는 있어야(!) 하는 비싼 취미인지라 메인취미로 삼지는 못하고 회사 동호회를 통해 간신히 발만 담그고 있다. 그래도 목공 작업은 성취도는 물론이거니와, 만드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깊은 매력에 쉬이 빠져버릴 수 밖에 없는지라 동호회 활동만큼은 부지런히 하고있다. 


Red oak를 재료로 하여 4 X 6사이즈의 사진을 담는 원목액자를 만들기로 했다. 처음으로 기계를 써봤는데 티는 안냈지만 속으로는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소리도 무섭고 자꾸 영화에서 봤던 못된 장면들이 떠올랐는데 그래도 조금씩 무덤덤해지더라. 8개의 막대기는 이제 16개의 액자틀 모서리로 거듭났고, 16개의 모서리들을 목공본드로 붙여주니 그럭저럭 액자틀 4개가 만들어졌다. 이제 제법 모양새를 갖춘 액자의 꼭지점 가운데를 기계로 갈아내는 작업이 이어졌다. 갈아낸 부분은 액자에서 중요한 미적 포인트가 될 것이었다. 아예 나무를 갈아버리는 작업은 자르는 것보다 훨씬 힘이 많이 들어갔다. 힘이 필요한 작업에서는 계속 동등한 힘을 주는 것이 중요한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앞으로 이동할 때 일자로 가야 하는데 뒤로 밀리거나, 중간에 약간 뜨거나 해서, 속으로 팔 근육을 기르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 해야하나 고민했었다. 생활 체력은 나름 좋은 편이지만 근력은 평균에 미치려나 싶다.

목공 작업을 하다보면 꼭 몇 가지 귀찮은 실수들을 하게 되는데, 이번엔 파낸 귀퉁이에 나무 조각을 끼우면서 액자틀을 두 번이나 부셔버렸다. 그런 사고를 치고 나서야 겨우 남들처럼 끼우게 되었다. 나의 모자란 행위들은 다행히도 공방장님께서 잘 수습해 주셨다. 틀이 완성되고 드디어 공포의 샌딩이 시작, 곧 온 몸에 나무가루를 뒤집어 썼다. 샌딩질은 마치 엄청나게 너른 등을 가진 사람의 때를 밀어주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그 사람의 때는 밀어도 밀어도 끝이 없달까.. 결국 '나는 누구뇨?' '여긴 어디?' 같은 멘탈 붕괴스러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상태가 된다. 그래도 샌딩질을 이후에는 표면이 부들부들해져서 정말로 쓸모있게 보이기 시작한다. 이후에 정성스럽게 오일을 발라주고 나사를 끼워서 액자를 완성해냈다.


원목 액자를 만들어 내는 것은 그냥 네모난 모서리를 이어붙이기만 해도 될 것 같지만, 나무를 다루는 작업에서 실로 쉬운 과정은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런 고생스러운 작업들을 거쳐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기쁨이 참 좋아서 앞으로도 목공은 계속 될 것 같다. 좀 더 배우고 난 뒤에는 목공 장비를 하나 둘 씩 사모아서 내 손을 거친 나무 물건들을 하나 둘 늘려가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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