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7일


뉴욕, 새벽 세시 삼십분이 약간 넘어간 시각, 날씨 매우 궂음.

엉터리로 시차 적응을 하는 바람에 잠을 하루에 두 번 잔다. 오후 5시에서 6시쯤 숙소가서 잠깐 자고 밤에는 3~4시쯤 깨서 뒤척이고 있다. 장거리 여행은 두 번째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해왔기 때문인지 이전 여행보다 시차적응이 좀 더 힘든 것 같다. 게다가 겨울여행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한국은 이보다 훨씬 춥지만 여기선 계속 바깥을 돌아다니니 몸이 점점 차가워지는게 느껴진다. 뉴욕의 hot음료는 한국이었다면 다 식은 음료를 내놨냐며 항의할 수 있을 정도로 미지근한 편이다. 그래서 추위엔 별 도움이 안됐다. 추위와 시차, 이 두 가지 요소가 체력을 상당부분 잡아먹었다. 아, 그리고 냄새나는 지하철도 한 몫 단단히 했다.

여태껏 가봤던 도시 중 관광객이 가장 많다. 다들 지도나 여행 책 하나씩 들고 고민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특히 유럽이나 호주에서 건너온 여행객이 제일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여행객들에게 친절한 도시는 결코 아니다. 굳이 나서서 홍보하지 않아도 와주는 전세계 여행객들 때문일까, 지금 같은 홀리데이 시즌은 현지인보다 관광객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관광객에 의해 굴러가는 면도 그들 세계에서 나름 큰 비중을 차지할 것 같은데 여행객들에게 뉴욕이 무엇을 베푸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도시 자체가 품고 있는 매력이 굉장해서 그런 문제점들이 상쇄되기는 한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가장 멋진 도시의 끝이 어떤 것인지를 나는 지금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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