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친구의 결혼식


고등학생때부터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고 있는 친구가 결혼을 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고, 정말 오늘의 주인공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녀는 키도 크고 늘씬한데다 피부도 하얗고 얼굴도 예쁘니 드레스가 모델빨을 잔뜩 받았다.

회사나 먼 친척 중의 누군가가 결혼을 할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친한 친구가 결혼하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을 수도 있다. 결혼식 전날 인터넷에 '친한친구 결혼식'이라는 문구를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왠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나보다. 수많은 축의금 질문글에는 답글로 뭐 해줬고, 얼마 해줬는지가 줄줄이 달려있었다. 정말 사람들마다 천차 만별이었는데 헉소리가 날만큼 큰 선물을 해줬다는 글이 꽤 많아서 놀라웠다. 그리고 친하면 축의금은 신부한테 직접 전해주는 게 좋다는 글을 읽었는데 어디선가 비슷한 조언을 들은 적이 있어 축의금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모아 신부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또 어떤 글에서는 결혼식, 사실 정확히 말하면 축의금에서 인간관계가 정리된다고 해서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결혼식장으로 걸어들어오는 신부는 하나의 빛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정말 이런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날씨가 매우 좋은 날이어서 햇빛이 예식장에 한 가득 들어오다보니 새하얀 드레스가 빛으로 감싸진 듯 했다. 내 친구지만 정말 여신이 강림한 듯 아름다웠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정말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것이 느껴져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평생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행복하게, 예쁘게 잘 살 것 같은 모습이었다. 


사실 결혼식은 한 달이나 더 전이었지만 이제서야 사진을 하나둘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에 스냅형식으로 좀 찍었었는데 급하게 찍은 것도 있고 카메라만 높이 들고 찍은 것들도 있다보니 초점이 엉성한 사진들이 많아서 실망을 했었다. 그런데 오늘 부모님의 부부 앨범을 보니 중간중간 이상한 사진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진들도 하나의 소소한 재미를 만들어 주었다. 아마도 20년 뒤에 보면 사진 한장 한장이 아쉽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서 몇년 뒤에 결혼식 사진을 전달해 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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