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5년 동안 다닌 학교를 드디어 떠나게 되었다. 그 먼 거리를 매일같이 다녔으면서도 정작 졸업식 갈때는 까먹어서 빙빙 돌아서 갔다. 아무튼, 드디어 졸업이다!

보통 시원섭섭하다느니 대학생 때가 제일 좋은 것 같다고 말하지만 완전히 동의하기는 힘들다. 흘러 넘치는 시간여유에 비해 그것을 뒷받침할 머니여유는 넉넉지 않았다. 요즘은 대학생이 가장 비싼 직업이라는데 천번만번 동의한다. 옛날처럼 잔디밭에 앉아 기타 하나만으로 띵까띵까하지는 않으니까. 돌이켜보면 약간 소소하면서도 스펙타클하게 살았다. 개인적으로도 이래저래 복잡한 일도 많았고 천당과 지옥을 오가기도 하고 뒷통수도 제대로 맞아보고 배낭여행도 다녀왔고 이상한 사람도 만나고 그러다보니 취업까지는 어떻게 무사히 했다. 자세히 뜯어보면 후회할 껀덕지는 많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쉬운 거라면 '내일로'를 못 사용해 본 것, 태어나서 아직까지도 스키장을 한번도 못 가본 것 정도랄까. 더 생각하면 한바구니 쏟아져 나올 것 같아서 그만해야겠다. 

지금은 부모님의 깨알같은 웤홀릭유전자를 물려받아 회사가 나름 재밌다고 느끼고 있다. 심지어 아침일찍 일어나는 것조차 매우 수월해서 매일아침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다. 대학생활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사람은 어떻게해서든 먹고 살 수는 있다'이기 때문에 직장생활에 큰 미련을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이건 분명 애사심과는 별개의 문제로 직장인의 삶을 뜻한다), 사실 나는 타고난 월급쟁이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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